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방통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제로 만들자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위원장-위원선임을 둘러싼 마찰음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집권세력은 방송을 장악할 의도를 감추지 않고 민주당이 여기에 야합하기 때문이다.

방통법 제정에 따라 없어진 방송법의 제정취지를 존중했더라면 이런 파행이 생길 리 없다. 방송법은 2000년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다. 방송에 물렸던 재갈을 뜯어내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싸워 이겨낸 산물인 것이다. 그 까닭에 방송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무소속 독립기구로,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로 태어났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말살해버리니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는 것이다.

5인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를 보면 한나라당이 방송을 장악할 태세가 노골적이다. 민주당이 야합한 흔적 또한 뚜렷하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을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이 위원장 말고도 또 1인을 지명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복심을 어김없이 추종할 인물을 하나 더 심으려는 속셈이다.

나머지 3인의 정당간 배분비율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몫 2인을 고집하자 민주당이 국회 몫 3인중 2인을 달라고 흥정한 것이 틀림없다.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는 민주당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합치되지 않는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견제할 뜻이 있었다면 나머지 4인은 국회가 추천하도록 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위원수는 국민의 대표성을 존중하여 의석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대통령 직속제를 받아들인 대가로 위원 1인을 더 얻어냈을 것이다. 그토록 꼭 위원을 시켜줘야 할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 지난 4일 열린 '최시중씨 방통위원장 내정 반대, 청문회 거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곽상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위원배분비율은 3:2다. 그런데 부위원장은 호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틀림없는 한나라당 차지인데 호선이라니…. 이것은 쇼다. 무소속 독립기구를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마치 합의제를 가미한 것처럼 비치려는 정략적 흥정에서 나온 것이다. 부위원장은 위원장의 부재시 회의주재 이외에 아무런 역할이 없다. 그런데 합의제 요소로 가장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이 법은 정당법에 따른 당원과 퇴직 3년이 지나지 않은 방송-통신 관련사업 종사자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려고 정당인을 배제한 것이다. 또 유관단체-기업의 이익대변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부칙에서 이번 위원회 구성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배제했다. 누군가 정치활동을 한 사람, 누군가 현업자 출신을 심으려는 책략일 것이다. 이렇게 여야가 정략적으로 야합해 갈라먹기로 만든 엉터리법이 방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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