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법조취재개선안(가칭)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김경록PB 인터뷰 왜곡 논란, 지난 7월 검언유착 오보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법조 보도에 대해 세부 지침을 세우고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9월 초 법조취재개선안 초안이 나와 국장·주간들이 이를 정리한 뒤,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다. 개선안의 핵심은 ‘무죄 추정의 원칙’ 적용이다. 검찰의 수사상황을 쫓아가는 보도를 지양하며 헌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법조 보도에 준용하겠다는 것이다. 익명 보도 체크리스트 등 현장에 적용될 기본 원칙 등을 마련하고 있다.

한 보도본부 책임자는 “KBS에는 기자·PD 등 전 분야 제작진이 준용하는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법조 및 수사 보도 특성에 맞는 형태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준수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 활동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이다. 시청자들의 엄격해진 취재윤리 기준, 공판 중심의 보도 요구에 더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역할도 게을리할 수 없어 그 틀을 찾아보고자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9월 3일 나온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 66페이지.

이미 KBS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이 있다. 지난 3일 KBS가 4년 만에 개정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범죄 보도 시 ‘모든 범죄의 피의자에게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범행 증거가 확실하더라도 유죄로 표현하는 단정적 표현 사용은 금지하고, 수사 당국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장 취재기자들은 법조취재개선안이 방송제작가이드라인보다 구체적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되면 각종 의혹을 검증하는 기자의 ‘진실추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취재개선안 초안은 현재 KBS기자협회에 전달됐다. 윤지연 KBS기자협회장은 “기자협회 주도로 취재 과정에 에디토리얼 가이드라인이나 특정 부분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 포함돼 있다. 이 원칙에 기반을 둬 실전에 적용할만한 세세한 부분들을 논의해서 정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 보도본부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기자들이 취재윤리와 원칙을 학습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KBS가 선제적으로 취재 틀을 만들어가다 보면 언론과 언론 수용자들의 요구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KBS는 보도국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치면 최종적인 추인과정을 통해 법조취재개선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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