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부정 출발해 실격당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스타트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다면 중요한 순간에 실격을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장면을 지켜보니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졌고 특유의 익살스런 세레모니를 펼친 볼트의 표정은 굳어졌습니다. 그 한순간의 실수로 우사인 볼트의 세계선수권 남자 100m 2연패는 끝났고 김은 빠졌습니다.

우사인 볼트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서 실격당한 것은 한 선수가 1회 부정 출발하면 무조건 실격 처리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새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IAAF는 2010년 1월 1일부터 어떤 대회에서든지 부정 출발을 한 것이 드러나면 한 번에 곧바로 실격처리한다는 규정을 적용시켜왔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그대로 이를 적용했습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까지만 해도 한 차례 부정 출발은 봐줬는데요. 이렇게 바뀌게 된 데에는 잇단 부정 출발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고 보다 공정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타트하는 순간부터 경기는 시작되는 만큼 이를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하여 원만한 경기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 IAAF의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대회 첫날 여자 400m 챔피언인 영국의 크리스틴 오후루구에 이어 둘째 날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마저 이 규정에 발목이 잡혀 희생양이 되자 육상계 내에서도 "잘 적용했다", "너무 하다"는 등의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해 고개를 숙인 우사인 볼트 (사진= 국제육상경기연맹)
그렇다면 다른 종목에서는 부정 출발에 대한 규정이 어떻게 나와 있을까요. 육상과 함께 최고 기초 종목으로 꼽히는 수영은 오래 전부터 한 번 부정 출발 시 곧바로 실격 처리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뛰어들었다 실격 당한 박태환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박태환은 지나치게 긴장했던 나머지 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속에 뛰어들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선수가 출전해 겨루는 계영 종목에서는 역영하는 선수가 터치하기 전에 다음 선수의 발이 출발대에서 떨어진 것이 드러나면 부정 출발로 간주해 역시 실격 처리됩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계영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골인하고도 마지막 주자가 이 규정 때문에 부정 출발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3위에 올랐던 한국이 2위로 뛰어올라 은메달을 따냈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동계스포츠 가운데 스피드 스케이팅은 두 번째 부정출발을 하는 선수에게 무조건 실격을 시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A 선수가 첫 번째 부정 출발을 했을 때 B 선수가 곧바로 부정 출발을 하면 A가 아닌 B 선수가 규정 적용에 의한 실격 처리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쇼트트랙은 한 선수 또는 팀이 두 번 부정출발을 할 경우 실격 처리해 타 종목에 비해서 다소 관대한 부정 출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바이애슬론의 경우, 부정출발을 하면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격에 관한 규정은 따로 두지 않고 있으며, 다만 정확하게 다시 출발하기 위해 규정을 위반한 선수가 출발선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출발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두 사람 또는 두 팀이 한 경기장에서 동시에 출발해 겨루는 경기 가운데서 사이클은 한 팀당 2회 부정 출발 시 실격 처리를, 인라인 롤러는 부정 출발이 잇달아 세 번 일어날 경우, 세 번째 범한 선수 또는 팀이 실격 처리되는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종목의 특성에 맞게 부정 출발에 대한 규정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부정 출발은 공통적으로 경쟁 선수들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쪽과 그래도 사람인 만큼 한 번의 실수 정도는 봐줘야 한다며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쪽이 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우사인 볼트의 부정 출발 실격을 계기로 이 논의가 얼마만큼 또 더 뜨겁게 가열될지, 그리고 남은 대회에서 이 규정으로 울고 웃는 선수들은 얼마나 더 많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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