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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로 드러난 사이트 전체 차단기준 논란방통심의위, 불법 정보량 70% 이하·공익성 이유로 차단 불가 결정…문제는 관행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09.16 09:34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디지털교도소가 사이트 전체 차단을 피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14일 회의에서 불법 정보가 적으며 정보에 공익성이 있어 사이트 전체 차단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심의규정 위반이 확인된 디지털교도소 개별 정보에 대해 시정요구하기로 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아동학대범・강력범죄자 등의 얼굴 사진과 각종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접속 차단 민원이 제기됐다. 

통신소위가 디지털교도소 전체를 차단하지 않은 주요 이유는 ‘사이트 내 불법 정보량 기준 미달’과 ‘공익성’이다. 방통심의위는 사이트 내 불법 정보가 70% 이상일 때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심영섭 위원은 “사이트 내용 중 75% 이상이 법령 위반일 경우 전체를 차단하는 것이 방통심의위 원칙”이라고 말했다. 강진숙 위원은 “사적 심판으로 무고한 개인 희생을 초래할 수 있지만 70%에 해당하는 범법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갈무리

'70% 기준'은 법에 명시된 기준이 아닌 2기 방통심의위에서 만들어진 관행이다. 박만 2기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2011년 12월 전체회의에서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의 70~80%가 문제가 될 때는, 일일이 걸러서 (시정요구)하지 않고 전체를 지운다”고 말한 게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낙인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70% 기준’은 방통심의위 자체적인 관습일 뿐”이라고 밝혔다. 2기 방통심의위 위원이었던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2018년 3월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70% 기준은) 방통심의위가 인위로 만든 것”이라면서 “법원이 (70% 기준을) 타당하다고 볼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적인 행정행위로 판단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낙인 전 상임위원은 “명확한 기준이 없으므로 통신소위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전체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 위원회 차원에서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물론 공익성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강진숙 위원은 “디지털교도소의 사회적 환기점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성범죄자 처벌이 미미한 상황에서,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 차단 의견을 낸 김재영 위원은 “디지털교도소는 공익적 취지로 출발했다”면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운영진 말대로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아쉬운 사이트라는 한국적인 환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실제 4기 방통심의위는 공익성이 인정되는 명예훼손 정보를 차단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위원들은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알리는 공익성을 실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은 배드파더스 활동이 “공공의 이익 실현에 부합한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통신소위가 결정한 일부 게시물 차단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술적 특성상 사이트 일부 URL에 대한 접속차단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불법성이 확인된 디지털교도소 일부 게시물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 디지털교도소 내 불법 정보는 전체 89건 중 ‘성범죄자 알림e’ 게재 정보·명예훼손 정보 등 17건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성범죄자 알림e’ 게재 정보·명예훼손 정보에 대한 개별 차단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디지털교도소 정보는 시각에 따라 공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방통심의위가 함부로 차단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성범죄자 알림e’ 정보는 열람을 할 수 있지만, 유포가 금지된 상황”이라면서 “성범죄자 정보를 알리는 게 목적인데, 이걸 공유했다고 범죄로 취급하는 게 맞는 건가. 관련 정보를 알려 사람들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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