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 투어 대비 캠프는 성시경이 고정을 넘어 메인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그것은 비단 예능에 적합한 분량 뽑기만이 아니라 조장 추첨을 마친 후에 97세 할아버지와 고손녀의 사진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까지 1박2일 아니 요즘의 예능이 추구하는 감동라인까지도 완벽하게 갖춘 완성을 보여주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제작진도 자막을 통해서 이번 시청자 투어의 의미를 밝혔듯이 0세부터 100세까지 100명의 시청자는 단순히 세대별 대표가 아니라 모든 시청자라는 뜻이었다.

1박2일 시청자 투어에 신청한 사람 숫자만도 엄청나다. 거의 7만 명에 육박하는 69,633명이 신청을 했으며 그것을 심사하는 기간만도 3개월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인력을 써야 했다. 전국의 시청자는 물론이고 해외동포 심지어 외국인까지도 1박2일 시청자 투어에 신청서를 낼 정도였으니 1박2일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각 조장들이 조별 대표자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소식을 직접 알리는 과정을 통해서는 당연하게도 그 시청자들에게 1박2일보다 어쩌면 더 큰 의미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호동이었다. 70대를 맡은 김종민도, 80대를 맡은 은지원도 전화를 걸었을 때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강호동뿐이었다. 지역도 불문이다. 비록 서울에 살지만 전주분인 할머니도, 포도농장을 하는 할아버지도 모두 강호동만 티 나게 좋아하고 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결심했다 하더라도 이 상황을 겪으면 그 결심조차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참 놀라운 것은 1박2일 종영이 이 촬영 후에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국민MC라고 불리는 대스타들은 일반인들과 달라서 가슴이 시키는 일을 이성이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독한 구석이 있으니 전쟁터 같은 예능판에서 우뚝 설 수 있었겠지만 인간적으로 정은 가지 않는 결과였다.

강호동이 1박2일을 떠나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강호동이 노인들의 사랑을 보고도 결국 1박2일 해체로 가닥을 잡게 한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질 듯하다.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각종 커뮤니티에 글로써 의견을 밝히거나 혹은 기사에 댓글로라도 1박2일 종영에 대한 심정을 토로할 수 있지만, 밤낮으로 1박2일만 본다는 노인들에게 이번의 시청자 투어가 1박2일의 마지막 추억여행임을 어떻게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동을 친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입에 달고 사는 노인들의 마음마저 외면한 강호동에게 국민MC란 칭호는 전과 달리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악마의 자막 솜씨를 보이고 있는 무한도전은 소지접 리턴즈에서 강호동을 의식한 듯한 자막을 보였다. 박명수가 게임에서 계속 이기고 있으면서도 말로 그만두겠다는 말을 계속하자 무한도전 제작진은 “박수칠 때 더해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 말은 달리 표현하자면 ‘있을 때 잘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의 인기란 종잡을 수 없어서 언제 어떻게 추락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이번 강호동의 행보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잘못된다면 박수칠 때 더 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대비캠프의 하이라이트였던 시청자와의 통화는 1박2일을 떠나기로 한 강호동의 결정을 옹색하게 만들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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