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MBC가 왜 그럴까? MBC가 이제는 뉴스가 아닌, 예능국과 교양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그대로 담아내야 한다. 이젠 고인이 된 설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MBC는 왜 그런 시각을 담아냈을까? 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던 고인을 다시 방송으로 불러왔다. 그렇다면 그 메시지는 명확해야만 했다. 물론 명확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면 모두를 힘겹게 만들 뿐이다.

기존 수많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 설리다.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자신을 증오하는 수많은 이들과 싸워야 했다. 혐오를 일삼는 무리와 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설리는 그렇게 투사가 되어야 했다.

MBC <다큐플렉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

설리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폄하와 그의 삶 전체를 비틀어버린 <다큐플렉스>는 또 다른 의미의 혐오이자 폭력으로 보였다. 설리 엄마의 입장을 대변한 이 다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은 제작진 스스로 '설리'라는 인물을 불편해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방송 후 최자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설리 친구들에 대한 친오빠라는 이의 욕설 분노에 이은 사과문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이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잘 보여준다. 제작진은 최자에 대해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편집되어 방송되지 않은 곳에 남겨진 그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온갖 혐오와 맞서야 했던 설리는 그렇게 세상과 작별을 한 후에도 다시 혐오와 맞서고 있다. 왜 그는 그렇게 아직도 혐오와 싸워야만 하는가?

웹툰 <복학왕>으로 또 다시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에 복귀한다고 한다. 기안84가 출연하지 않는 동안 제작진은 그저 개인적인 일로 녹화에 불참했다고 전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기안84를 더는 방송에서 보고 싶지 않다며 MBC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나 혼자 산다>는 14일 짧은 입장문을 통해 기안84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말로 모든 논란을 피해 갔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져도 제작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다양한 이들에 대한 폄하와 혐오를 표현해 논란이 됐던 기안84를 방송은 철저하게 포장하고 비호했다. 그게 과연 정상적인가?

개인 방송도 이런 식의 포장과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체적인 기준도 존재하고, 원칙에 맞는 방송을 하려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시대에 지상파 방송에서 논란에 대한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보일 법하다.

어차피 나오면 볼 테니 상관없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기안84 역시 자신이 무슨 문제인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왜 하차를 요구하는지 모르거나 외면하는지도 모르겠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혐오 표현까지 표현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같은 시대,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나 혼자 산다>를 떠나고 있다. 제작진이 시청자를 무시하니 시청자들이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MBC가 불안하다. 이런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의 격차'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방송은 존재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혐오 표현에 분노하는 시청자들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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