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자사 디지털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아크'(Arc Publishing)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노조는 아크가 사진 ‘드래그 앤 드롭’과 같은 기본적인 편집 시스템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되려 업무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은 구성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크는 워싱턴포스트가 개발한 디지털 CMS다. 현재 시카고트리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르파리지앵 등 세계 22개국 언론사가 아크를 사용 중이며, 조선일보는 올해 초 250만 달러를 들여 아크를 도입했다. 조선일보는 4일 발행된 사보에서 “아크가 ‘디지털 미래’ 첫걸음을 뗐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9월 11일 발행된 조선일보 노보

하지만 조선일보 구성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11일 발행된 노보에서 “아크 도입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노보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에 이런 에디터 기능이 있는가”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조선일보 A기자는 아크에 사진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이 없다면서 “사진 하나 넣으려고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B기자는 “아크 도입은 우리 편에게도 숨긴 기습작전 같았다”면서 “아크를 쓴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이제야 읽을 만한 매뉴얼이 나왔다. ‘이런 기능이 안 된다’는 불평이 나올 때마다 하나씩 고쳐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B기자는 “좋은 CMS는 기사 쓰기 편하고, 사진·영상 잘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일 것”이라면서 “차라리 메모장 프로그램을 쓰는 게 낫다는 조롱까지 나온다. 만약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아마 꽤 크게 발제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C기자는 “아크는 디지털용으로는 꽤 쓸 만한 툴”이라면서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겐 ‘지면’이라는 또 하나의 작업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우리처럼 별도의 지면 작업에 치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기자는 “우리는 온라인과 지면 기사 모두를 기사 쓴 기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는 시스템”이라면서 “조선일보라는 글로벌 대형 미디어가 실험용 모르모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C기자는 “빨간펜 선생님처럼 지면의 오자 하나하나 지적해 ‘부끄럽습니다’로 망신 주면서 디지털까지 완벽히 수행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회사는 온라인과 지면 중에서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말하고, 그 대답이 온라인이라면 지면 제작 부담을 확 낮춰야 한다. 최소한 오탈자로 핀잔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디지털전략실과 매주 한 차례씩 비상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 “디지털전략실장은 기술적 준비 부족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최근 벌어진 네이버 기사 송고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0일 내부 테스트용 기사를 네이버에 송고했다. 해당 기사에는 “투명드래곤은 짱셌다”, “네이버님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선일보 노조는 “온라인 세상에선 잠깐 노출된 글이라도 각종 사이트에 올라가고, SNS에서 놀림거리가 되는 등 후폭풍이 세다”면서 “디전실 측과 예정된 비상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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