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뤄 호평을 받았던 <KBS 스페셜>이 '낙인' 등 쌍용차 사태 다큐멘터리의 일부 화면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21일 방송된 '심리치유 8주의 기록-함께 살자'편.

<KBS 스페셜>은 지난 21일 '심리치유 8주의 기록-함께 살자'에서 2009년 대량 정리해고 이후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를 심리치료 관점에서 다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KBS 스페셜>은 이날 방송에서 쌍용차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 영상을 사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며, 다큐 '낙인'의 경우 영화 제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일부 화면을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 스페셜> 제작진은 방송이 나간 이후 논란이 되자 26일 오후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 영상 사용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제작진은 "8월 21일 방영된 '심리치유 8주의 기록-함께 살자' 중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 영상 29초 분량이 자막고지를 미처 못한 채 방영됐고, 다큐 '낙인'에서 14초가 동의없이 방영됐다"며 "다시보기 및 재방송용에는 '당신과 나의 전쟁' 영상 부분에 자막고지를 하고, '낙인' 편은 다른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편의 다큐멘터리 제작진 및 관계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신과 나의 전쟁' '낙인'을 연출한 태준식 감독은 27일 시청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KBS스페셜 방송을 위해) 진심을 다해 자료를 제공했던 이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태준식 감독 측이 KBS스페셜 팀과 사전에 협의했던 사과문에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으나 관련 대목이 빠졌다는 것이다.

태준식 감독은 "KBS스페셜 측은 자막고지를 하지 못했던 것을 '실수'라 했고, '낙인'을 (허락없이) 쓰게된 것은 '착각'이었다고 했다. KBS스페셜은 합의한 사과문도 그대로 올리지 않았다"며 "(KBS스페셜 측에게) 저희들은 그런 상대였던 것이다. 도대체 (사과문 관련) 사전 협의는 왜 했던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준식 감독은 "참을 수 없다"며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미디어 활동가 역시 26일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과문에는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제작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게 맞다.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도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스페셜 측이 무단으로 사용한) 영상들은 영상 활동가들의 헌신적이고 사회적인 실천의 결과물이다. 현장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위험과 빈곤, 불편함, 위협, 번민을 감당해내며 찍은 것"이라며 "'(아마추어들의) 방송을, 내가 중앙방송사에 틀어주니까 (고마워해라)'는 식의 태도가 아니었는지 성찰하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종사자들은 원래 강자한텐 그렇게 신경쓰고, 약해보이는 자(?)의 것은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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