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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역고소 횡행…"표현의 자유, 성평등 관점에서 재해석해야"피해자 입막음용 명예훼손 소송 늘어…"표현의 자유 보장이 여성 권리를 억압할 수 있어"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9.11 21:3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횟수가 늘고 있다. 미투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피소하거나 이를 보도한 언론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식이다. 이 중 상당수가 피해자 입막음용이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명예훼손죄가 오남용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방송문화진흥회 후원으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 성평등 교육의 현황과 개선방안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11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 성평등 교육의 현황과 개선방안 특별 세미나>에 발제를 맡은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성폭력 피해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민정 교수는 “이 법으로 미투 고발인들은 역고소 위험에 처해 있으며 무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적 절차를 거치고 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돼, 피해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위법성 논란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두고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김 교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존폐 논의에 앞서 미투 고발자들에 대한 역고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법인에서 적극적으로 역고소를 기획하고 추진하며,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와 성과에 대한 반격으로 역고소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법무법인들이 ‘성범죄 전담 변호사’, ‘무혐의, 무죄 받아드립니다’, ‘무고 전문’ 등의 홍보를 통해 역고소 건수를 늘려 수임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미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대로 올린 글 삭제 가처분신청, 형사 명예훼손, 모욕,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2년에 걸쳐 5가지 보복성 역고소를 진행했다. 2개월 단위로 고소를 지속하며 시간을 끌고, ‘미제사건’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피해자의 입을 막는 데 악용한 것이다.

김민정 교수의 '우리 모두를 위한 표현의 자유: 평등과 자유의 조화'' 발제자료 중 2018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이 주최한 <성폭력역고소를 해체하다 : 의심에서 지지로> 포럼 자료집 '시장으로 간 성폭력: 기획고소의 실체(김보화)'와 '성폭력 피해자를 처벌하다: 낯설고도 위험한 국가'(허민숙) 인용.

김 교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범죄 공론화가 지닌 사회적 공익성과 피해자의 위치를 고려한 법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복의도로 수백 건의 고소를 진행하며 공적인 수사·재판을 남용하는 사례에 대한 저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6년 Blake Wentworth 버클리대 교수에 대한 '미투'가 제기됐다. 그는 2014년 총 4명의 학생을 성희롱했고, 지역신문 두 곳에 보도됐다. 그는 지역신문과 미투 고발자들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을 이를 “피해자를 침묵시키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최근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했다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에 더해 무고죄 유죄 판결까지 받아 가중처벌 된 사례가 있다”며 “한국도 조금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성평등 관점에서 재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평등 관점에서 미디어법제를 바라본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 보호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거나 여성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 여성 권리의 억압이라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부터 쌓아온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 즉 소극적 의미의 표현 자유가 아닌 여성의 억압적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식에서의 표현의 자유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미디어 분야에서의 여성 혐오 표현사용, 음란물 등의 문제도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란물 규제의 찬성론자들은 미풍양속, 청소년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입장에서는 국가의 검열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세 번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음란물이 가진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문제, 실질적인 해악의 문제, 디지털 성폭력 문제로 이어지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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