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측이 아들 서모 씨 군부대 배치 청탁 의혹을 보도한 SBS와 소속 기자를 형사고발하면서 '언론 길들이기'라는 언론현업단체 비판이 나온다.

11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추 장관 측 형사고발 철회를 촉구했다.

9일 서 씨 법률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부대배치 부정청탁 의혹을 제보한 이 모 예비역(전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이를 보도한 SBS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자와의 대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서 씨 부대 배치 청탁 의혹을 증언한 내용이었고 주요 언론 상당수가 이를 보도했다. 언론사 중 SBS만 고소한 이유에 대해 현 변호사는 "마치 그 녹취 내용을 청탁을 한 근거처럼 보도했다. 보도내용이 잘못됐다고 저는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 '8뉴스' 9월 8일 <"추미애 아들 용산으로 자대 변경 청탁 있었다"> 보도화면

언론단체들은 "우리 언론은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라는 대표적인 공인의 부정과 청탁, 반칙과 특권행사가 있었는지를 감시할 의무가 있다"며 "해당 내용이 비록 정부와 여당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측에 의해서 제기됐더라도 보도할만한 가치와 합리적인 이유,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기능이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SBS의 보도를 보면 크게 무리했다고 보기 힘들다. 공개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담은 ‘평범한’ 기사에 불과했고 기사의 표현도 '주장했다'는 식으로 해당 지휘관의 입장임을 명확하게 했다"며 "다른 방송사나 신문의 보도와 견줘 봐도 특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단체들은 추 장관측이 반론·정정 등의 요구절차를 밟지 않고 형사고발로 직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만약 보도의 내용과 관련해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즉각적인 형사 고발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제도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반론과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절차나 과정에 대한 일말의 검토 없이 고발부터 앞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반론보도 청구 등 피해구제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소송으로 직행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더구나 같은 내용을 보도한 여러 언론사 가운데 특정 언론사 한 곳만을 골라 고발한 것은 ‘고발’이라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향후 관련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이른바 ‘입막음’의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들게 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강조하면서 형사고발과 사법 조치를 남발해가며 재갈을 물리고 길들이기를 했던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의 악습과 횡포를 현 정부와 여당도 좇으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추 장관 측의 이번 고발은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측의 고발이라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접대 보도'로 한겨레를 고소했을 당시 국회와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셀프 수사'를 우려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들은 서 씨의 사생활에 집착하는 일부 언론보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단체들은 "물론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한 SBS보도와 달리 일부 언론 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우리도 인정한다"며 "'특권'과 '반칙'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가족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까지 집착하며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기사를 뱉어내는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도 우리는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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