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드디어 내일 막을 올립니다. 전 세계 202개국, 1945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육상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한 육상 경기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출전만큼이나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 볼 부분들이 많습니다. 비록 한국 선수단의 실력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기초 종목 육상의 묘미를 안방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 그 중에서도 숨어있는 볼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10가지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국내 첫 세계육상선수권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세계육상선수권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 오사카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며,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3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을 줄줄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칼 루이스, 그리피스 조이너, 세르게이 부브카 등이 나서 수많은 세계 기록, 올림픽 기록 등을 양산한 바 있었는데요. 이번 대회에는 대한민국 육상 역사상 처음으로 파란 색깔의 '몬드 트랙'이 첫 선을 보여 1988년의 영광만큼이나 많은 기록들이 양산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몬도 트랙은 선수들에게 스파이크가 용수철처럼 튕겨나가는 느낌을 줘 단거리 종목 선수들에 '기록 제조기' 트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역시 몬도 트랙에서 치러져 우사인 볼트가 9초58의 세계 기록을 작성한 유명한 트랙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밖에도 최첨단 시설로 무장해 치러지는 이번 대회가 세계 육상 뿐 아니라 한국 육상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우사인 볼트는 얼마나 잘 뛸까

▲ 우사인 볼트 ⓒ연합뉴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는 단연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입니다.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 출전해 3관왕을 노리는데요. 비교적 컨디션 조절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볼트가 이번 대회에서 얼마만큼 빨리 달리는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팬들은 벌써부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라이벌로 꼽혔던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의 불참 소식으로 거의 독보적인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볼트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얼마만큼 이겨낼지, 그래서 2년 만에 다시 세계 기록을 대구에서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여자 200m 라이벌 대결, 흥미롭다

남자 단거리에는 우사인 볼트에 집중되고 있지만 여자 단거리는 미국, 자메이카 선수들 간의 치열한 접전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여자 200m에서 4연패에 도전하는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와 올림픽 2연패를 차지했던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의 맞대결이 눈여겨 볼 만합니다.

앨리슨 펠릭스는 미국 단거리의 자존심으로 이번 대회에서 200m와 400m 동시석권을 노리고 있으며, 캠벨 브라운은 세계선수권 무관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풀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남자 단거리가 우사인 볼트의 독주로 끝날 것이 예상되지만 여자 단거리는 라이벌 구도가 흥미롭게 형성돼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자메이카 단거리 대결 승자는?

미국과 자메이카의 단거리 종목 자존심 대결은 이번 대회 최대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아성을 자메이카가 넘보더니 단거리에서는 이제 자메이카가 앞서는 성적을 내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습니다. 남자에서는 우사인 볼트가 건재한 자메이카가 미국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여자는 앨리슨 펠릭스와 카멜리타 지터의 미국,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과 셸리 앤 프레이저가 버티고 있는 자메이카가 팽팽히 맞서 있어 매 준결승, 결승마다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자메이카 선수들의 단거리 대결 싸움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꽤 흥미로운 매치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중장거리 아프리카 강세를 주목하라

단거리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중장거리 종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강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올 전망입니다. 그동안 중장거리하면 케냐, 에티오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강한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이번에도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나서 아프리카 국가 간 자존심 대결이 흥미를 모을 전망입니다. 남녀 5000, 10000m, 장애물, 마라톤 등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됩니다.

대회 최고 맞대결, 남자 110m 허들

이번 대회 최고의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는 바로 남자 110m 허들입니다. '황색 탄환' 류시앙(중국)과 쿠바 특급 다이론 로블레스, 그리고 미국의 희망 데이비드 올리버, 세명의 선수가 단 하나의 허들 단거리 왕좌를 놓고 대결을 펼칩니다.

공교롭게 이 세 선수는 최고 기록이 서로 0.01초 차이밖에 나지 않아 한 치 앞도 승부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류시앙은 12초88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이론 로블레스는 이 기록을 깬 세계 최고 기록, 12초87을 작성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우승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둘의 아성을 위협할 올리버는 12초89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면서 지난 5월까지 18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저마다 장점이 있고, 워낙 기량이 좋아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승부는 오는 29일 밤 9시25분에 가려집니다.

이신바예바는 다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까

▲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연합뉴스
현역 세계 최고 여자 육상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신바예바는 이미 대구국제대회를 통해 두 차례 한국을 찾아 깊은 인연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전과 좀 사정이 다릅니다. 2년 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난공불락과 같던 이신바예바는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도 바를 넘지 못하는 생애 최악의 경기를 보여주며 노메달에 그치고 추락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이신바예바는 세계 기록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록을 내며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힘을 냈고, 지난달에는 4m76을 넘어 점점 기량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5m06의 세계 기록을 경신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2년 전의 아픔을 대구에서 씻는 것만으로도 이신바예바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대회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미 인연이 있는 대구에서 진정한 '약속의 땅'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신바예바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세계 챔피언들, 얼마나 잘 할까

우사인 볼트, 이신바예바 외에도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육상 스타들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 전망입니다. 노르웨이의 베컴으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토르킬드센은 남자 창던지기 스타로, 이미 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대륙별 대회), 3대 대회를 모두 휩쓴 선수로 남아 있습니다. 또 독일의 여자 해머던지기 스타 베티 하이들러, 지난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미녀 스타'로 자리매김한 크로아티아의 여자 높이뛰기 간판 블랑카 블라지치 등도 주목할 만 한 선수들입니다. 그밖에 대회 5연패에 도전하는 에티오피아의 케네니사 베켈레의 질주 본능, 세단뛰기 영국 간판 필립스 아이도우의 빼어난 도약 능력도 많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각 종목들의 최강자를 미리 알고 경기를 지켜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인간 승리, 드라마를 눈여겨보자

최고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애를 딛고 아름다운 질주를 선보일 선수들이 대거 나서 매우 의미 있는 대회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여태껏 장애우 선수들은 모두 패럴림픽, 장애우들만 겨루는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두 명의 장애우 선수가 일반 선수들과 대결을 펼쳐 장애우 선수가 출전하는 첫 대회로 남게 됩니다. 그 주인공은 생후 11개월 만에 양 다리를 잃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 8살 때 정상인의 10%밖에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를 겪은 제이슨 스미스(아일랜드)입니다. 두 선수는 장애를 딛고 자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합격해 남자 400m(피스토리우스), 남자 100m(제이슨 스미스)에 출전합니다. 또 다음달 3일에는 이벤트 경기이기는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 역사상 처음으로 휠체어 육상 400m 경기가 치러져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최선을 다해 트랙 위를 달리는 이 선수들의 모습 하나하나에 많은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마라톤-계주, 희망 보여줄까

▲ 구슬땀을 흘리는 한국 남자 계주팀
지금까지 다른 나라 선수들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한국 선수단 역시 이번 대회에서 홈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특화된 종목에서 최고의 결과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대하는 종목은 바로 남자 마라톤과 남자 400m 계주입니다.

남자 마라톤은 한국 육상의 자존심과도 같은 종목입니다. 하지만 간판선수 지영준(코오롱)의 부상으로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떠오른 신예 정진혁(건국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정진혁은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대를 뛰어 무섭게 떠오른 한국 마라톤의 희망입니다. 아직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거의 첫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9분대를 뛴 것은 한국 마라톤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워낙 컨디션이 좋아 이번 대회에서 10위권 내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베테랑 이명승(삼성전자)에게도 기대를 걸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단체전 메달권 진입도 노려보고 있습니다.

남자 400m 계주는 이번 대회를 위해 가장 많은 투자와 공을 들인 종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국제 대회 경험, 선진 기술 전수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많이 상승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탄 남자 계주가 대회 마지막 날,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육상이 희망으로 가느냐, 다시 좌절하느냐 여부는 가장 기대가 큰 이 종목들의 선전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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