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블로거 달가드시(uaaak)님이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uaaak)에 올린 글입니다. 조선일보가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 그리고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만 ‘보너스’ 잡지를 배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미디어스>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 달가드시(uaaak)님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을 싣습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일부 지역에만 배달되는 ‘보너스’ 잡지

수요일 조선일보에서 Style이라는 잡지가 왔다.

이미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은 (이런 말 정말 하기 싫지만) 일간지 중 최고다. 그것을 보면 일간지가 아닌 주간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보의 양이나 편집이 기존의 일간지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의 논조는 마음에 안 들어도 (맘에 든다면 그 사람에겐 금상첨화겠지만 …), 주말 섹션 때문에 (토를 참으며- 나 말이다- 정치면은 받자마자 찢어서 라면 그릇 받침대로나 쓰고)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일부 지역에만 배달되는 '보너스' 잡지
그런 조선일보에서 매월 첫째 주에 패션지를 무료로 발송하고 있었다. 벌써 17회가 나왔는데도 이제야 알아챘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용을 보니 그다지 알찬 내용은 아니었지만, 분명 독자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모든 독자들에게 배포되는 책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일부 지역에만 배포되고 있었다. 왜일까? 똑같은 구독료를 지불하는 독자들인데 왜 어떤 독자들에겐 주고 어떤 독자들에겐 주지 않을까? 차별 아닌가? 다른 독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까?

짐작컨대 이 책은 조선일보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제휴 등을 통해 외주 제작업체가 조선일보의 제호를 걸고 배포하는 것일 것이다. 즉 조선일보는 독자에게 무료로 더 많은 걸 줄 수 있어서 좋고, 제작업체는 무료로 제작하되 광고수익을 얻어 좋은 시스템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의 배급망을 이용할 수 있으니 제작업체로서는 최고의 파트너인 셈이다.

표지 사진(불가리 다이아 반지...)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잡지의 광고와 기사 등도 명품과 고가품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니 책의 타깃은 그것들을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제작 업체는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일종의 타깃 마케팅인 셈이다.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전국의 모든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배포하는 것보다 확률상 타깃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을 만한 지역에만 배포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M25처럼 지하철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주간지가 나온 마당에 점점 구독료나 판매료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잡지사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감히 예견해보지만, 현재 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잡지들, 특히 시사지를 제외한 패션지, 여행지 등은 책 값을 무료화하고 타깃을 구체화해 그들에게 다이렉트로 접근해 광고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 최대의 일간지다. 일부 지역의 독자들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독자를 차별한다는 비난을 무릅써야 가능하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게 오게 된 것을 보면 이런 방식의 마케팅에 동의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아니면 아직 다른 지역의 독자들이 이 책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나 ….)

▲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일부 지역에만 배달되는 '보너스' 잡지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회 집단의 그룹화, 개별화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TV광고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정 많이 노출되기만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대신 조선일보의 이 책처럼 여러 기업이 업무 제휴를 통해 각자의 고객 DB를 공유하고 자기들만의 상품을 들고 저들에게 필요한 타깃들에게 곧장 접근하려 할 것이다. 이미 많은 고급 마케팅이 이런 전략을 사용해오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조선일보나 잡지 제작업체에 전화해서 왜 차별하느냐고 따지지 말자. 차별이 아니라 구별의 시대가 온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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