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선택이 1박2일을 폭파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본인이 부인하더라도 누구라도 인지한다. 이승기가 하차하겠다고 했을 때 강호동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1박2일>과 '이승기'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공공연한 배신행위로 다가오며 더 많은 비난을 받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왜 '강호동'은 <1박2일>을 그만 두었을까? 말 그대로 그가 말하는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것은 그를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정도로 이유 아닌 이유라 한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가 <1박2일>을 그만 두는 것은 프로그램이 정상에 선 것이 아닌, 서서히 죽어가는 사이클임을 조금은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4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은 것은 아니란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1박2일>이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프로그램이 시작 7, 8개월 이후부터였고, 그 사랑의 정점은 약 3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사이 <1박2일>엔 시련이 시작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멤버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미를 뽑아내는 것은 줄타기 정도로 위험해 보이는 과정들이었다.

이 1년 사이가 '강호동'이 고민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다고 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성격은 고정되고, 웃음을 뽑아내기 위해서 초대 게스트 시스템을 가동해야 호평받는 흐름이 되었다.

지금 알려지고 있는 강호동이 하차하겠다고 피력한 몇 개월 전 상황이 바로 이 시기였을 것이다. 이 상태를 알고 있는 다른 멤버들도 언제 빠져야할까를 고민했을 것이고, '이승기'는 일본 활동을 이유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호동'에겐 만약 '이승기' 하차가 성공했다면 핑계거리는 좋았을 것이다. 차례대로 프로그램에서 빠져나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없애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이승기'를 그대로 앉혀두게 된다.

하지만 '강호동'은 욕을 먹더라도 프로그램을 정리하려 한 것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역시 엄청난 반응에 식겁을 하며 '아! 뜨거!' 소리를 지르고, 6개월 시한부 프로그램 연장에 동의를 한다.

강호동이 사고를 치자, MBC도 SBS도 긴장 국면에 접어든다. 당장 그가 움직이려는 곳이 종편이라는 설이 돌면서, 그들은 미리 우리와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여유를 부리고 뒤에서는 접촉하여 떠날 수 없는 조건들을 대며 회유를 시작한다.

MBC는 '강호동'이 하는 '무릎팍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당장 펑크가 났다고 하는 방송을 펑크가 아니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그 시간에 '강호동 잡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SBS도 그가 진행하는 <스타킹>과 <강심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한 가지 더 그를 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본 투입이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SBS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일요일이 좋다 1부'에 이은 2부 코너를 줄 수도 있다는 듯, 미끼를 준비해 마음을 잡아둔다. MBC는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강호동을 설득하여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은 '라디오스타' 200회에서도 약간 보였다. '라디오스타' 시작 부분에 멘트를 삽입하며 김구라를 통해 말한다. "같이 갑시다! 영원하라!"라는 말로 그가 있기에 '라디오스타'가 가는 듯 비굴하게 그를 잡으려는 제스처를 보인다. 이 녹화 전까지 '강호동'은 무릎팍도 정리하려는 듯 보였지만, 대중들의 반감을 의식해서인지 '무릎팍'에 남기로 한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MBC 측에서 한 것이다. 일단 약발은 통했다.

여기서 MBC는 잘못 선택했다. 차라리 나가겠다고 하는 '강호동'을 놔 주고, 힘을 잃어가는 <황금어장>을 개편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방송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주병진' 카드가 있지 않은가. 그를 본격적으로 영입하여 시스템을 갖추었다면 <황금어장>을 부흥시킬 카드를 쥘 수 있었는데 그것에 실패했다.

우선은 안정적으로 기존 MC '강호동'을 잡았지만, '주병진'을 가장 적절한 자리에 투입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로 남을지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주병진'의 특기는 토크이고 그의 적절한 자리는 토크쇼이다.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내보낼 수 있는 '강호동'을 잡아서 문제가 된 케이스리라. 물론 이는 MBC가 '주병진'을 잡았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강호동도 잘못 선택했다. 어차피 욕먹는 것. 지금쯤 정리하고 쉬는 과정을 거쳐 종편행이든, 새로운 프로그램이든 여유를 두고 선택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안주한 것은 실수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1박2일>은 6개월로 하차를 결정했지만, <무릎팍도사>를 놓지 못한 것은 양쪽에 모두 손해가 될 일이다.

강호동도 놓았으면 좋았을 자리이고 황금어장도 놓았어야 좋을 강호동이었는데, 뭔가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그들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MBC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황금어장>을 만들 수 있었다. 1부에 주병진 토크쇼를 만들고, 2부에 라디오스타를 배치했다면 또 하나의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그것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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