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방송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 방침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동통신사 중심의 기업결합을 통한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방송협회는 9일 성명에서 "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미디어 산업의 재벌 독과점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관련 법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방송협회)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은 특정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케이블, 위성, IPTV 등 전체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33%)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제안이유에서 "방송 다양성 등을 위해 사전적으로 유료방송사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있으나, 여론 독점 방지를 위한 다양한 규제가 이미 있고 기업투자 및 자율적 시장구조 개편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협회는 2018년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일몰 이후 재벌 기업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방송법의 기본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방송협회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실제 유료방송시장은 IPTV 사업자 중심의 독과점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LG헬로비전(구 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과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등이 이뤄지고 있고, 그 결과 지난해 각사 합산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로 상승했다.

방송협회는 "방송법 조항들은 돈 많고 힘 있는 특정회사나 가문이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해서는 안된다는 방송의 기본 철학에 근거한다.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구현함으로써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의 시도는 결국 여론 독점과 함께 시청자 복지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방송법 제8조는 방송사업에 대한 지분 참여를 제한해 여론 독과점을 견제하고 있다. 방송법 제35조의 4는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설치를, 제62조 2에서는 시청점유율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정 IPTV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될 경우 중소PP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과 노출 통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방송협회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독과점 체계가 아무런 제재 없이 전면 허용될 경우, 플랫폼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콘텐츠 사업자에게까지 전이돼 방송시장 내 공정거래를 저해할 것"이라며 "사실상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독점적 영향력을 가진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눈 밖에 나지 않고 그들의 이익에 충실하려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완화를 통한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배경에는 글로벌OTT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사업자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KT가 LG유플러스에 이어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규제완화 중심의 정부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방송협회는 "이미 IPTV사업자의 3분의 2가 국내 미디어사업자보다 한층 좋은 조건으로 넷플릭스와의 업무 제휴를 마쳤고 그들의 국내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결국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료방송 독과점 체제를 허용하자는 것은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방송 사업은 자본의 논리만이 작동되는 단순한 비즈니스 영역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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