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로 9개월 째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학력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서적 문제, 영양 불균형 문제 등이 우려되고 있다.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년 차 초등학교 교사는 현직 교사들이 느끼는 문제를 전했다. 그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로 “저희끼리는 1학기 때 원격 수업을 한 달 하고 나서 ‘학력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1학기 휴업 상태가 4월 20일까지 지속돼 학습에 장기적인 공백 기간이 생겼다. 한 달 후에 아이들이 등교해 원격수업에서 같이 공부했던 수학익힘이나 실험관찰을 가지고 왔는데 몇 명 빼고는 진도 나간 부분들이 텅 비어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공백기 동안 집에서 도움받은 이들은 진도를 따라가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1학년의 경우 여전히 한글을 못 뗀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는 “1학년은 학교에 와서 한글을 배우는 이들이 많다. 1학기에는 띄엄띄엄 읽던 친구들이 2학기를 보내고 나면 각 반에 몇 명 빼고는 한글 해독이 가능한 상태로 2학년에 진급한다”면서 “하지만 저희 반의 경우 한글 해독이 안 되는 아이 4~5명 중 한 명도 구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학년도 비슷한 상황이다. 선생님들은 1학기를 평가하며 이구동성으로 ‘학력 격차’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실제로 고학년의 경우, 학급의 중위권 아이들까지도 학력이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원래 중위, 중상위까지 갈 수 있던 아이들이 교사를 대면해 피드백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학습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사, 아이 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원격수업 중에 학습 부진한 지도가 거의 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교사들이 78.4%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학원·과외를 통해 배운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차이가 너무 명확했다고 말한다. 교사는 “극단적으로 대치동에 숙소를 얻어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부모의 경제력으로 사교육은 생각도 못 하고 종일 방치된 아이들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이 아이들이 관리만 받았어도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는 데 전부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학생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커졌다 46.3%, 매우 커졌다32.7%)고 답했다. 원격수업 이전과 비교해 ‘변화 없다’는 응답은 17.6%, ‘줄었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설문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의뢰해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교사 5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학력격차 외에 정서 문제, 영양 불균형 문제가 원격수업으로 발생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교사는 “학교에 오면 급식 등으로 기본적인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데 고학년 선생님들이 아침에 아이들에게 전화해보면, 11시쯤 일어나 아침으로 라면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사회성을 키우는 정서적인 문제의 경우 “아이들이 등교해도 방역 때문에 말도 못 하고 같이 놀지를 못하며 신체 접촉을 못 하니 안타깝다. 방역 수칙 때문에 가까이 지내라고 말도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