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를 보면 한가지 눈에 띄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 감독이 맡은 팀들이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사실입니다. 현재 K리그에는 모두 8명의 40대 감독이 활약하고 있어 사실상 감독 세대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1962년생인 윤성효 수원 감독을 비롯해 성남 신태용, 포항 황선홍, 부산 안익수, 대구 이영진, 강원 김상호, 그리고 서울 최용수 감독대행과 얼마전 새롭게 부임한 유상철 대전 감독이 40대 감독으로서 팀을 맡고 있는데 그 중에서 여섯 팀이 최근 상당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은 서울 최용수 감독대행과 수원 윤성효 감독입니다. FC 서울은 시즌 초반 부진으로 황보관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등 수모를 겪었지만 최용수 감독대행의 '형님 리더십'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최근 6연승을 달리고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섰습니다. 또 수원 삼성 역시 시즌 중반 위기를 딛고 최근 3연승을 달리며 5위까지 올라서고 6강 진입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근 6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최용수 FC 서울 감독대행 ⓒ김지한

하위권 팀 가운데서도 힘을 내고 있는 팀이 있습니다. 성남 일화는 최근 2승 1무, 3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실낱같은 6강 진입 불씨를 살려 나가고 있고, 승부 조작 파동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던 대전 시티즌 역시 홈 2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하며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힘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남 신태용 감독, 대전 유상철 감독의 활력 있는 리더십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믿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역할을 다 한 이 감독들의 노력이 시즌 막판 위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시행착오를 겪다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를 맡아 시즌 내내 2위 자리를 지켜온 황선홍 감독, 강한 열정과 진정성 있는 지도력으로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부산 아이파크를 강팀으로 끌어올리며 4위까지 끌어올린 안익수 감독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40대 감독들입니다. 현재 6강에 진입해 있는 팀들 중에 40대 감독이 맡은 팀은 서울, 수원, 포항, 부산 등 모두 네 팀이나 됩니다. 단순 비교이기는 해도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입니다.

▲ 황선홍 포항 감독 ⓒ김지한

40대 감독의 공통적인 특징은 각 감독들 나름대로 특유의 철학을 갖고 팀을 이끌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뚝심으로 팀을 가꿔나가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모습은 웬만한 '베테랑 감독'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초보 감독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팀 운영에 접목시키다보니 대부분의 팀들이 보다 짜임새 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예전보다 더 다양한 축구를 볼 수 있게 됐다는 특징도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인 트렌드 영향도 있겠지만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 40대 감독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40대 감독이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현역 시절 대부분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서 지도자 못지않은 실전 경험과 여러 가지 겪었던 고충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팀 성적 부진에 선수들을 질타하기보다는 심리 치료 같은 새로운 방법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운영을 위해 전문가를 도입하는 것은 이전에는 어느 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들입니다. 모두 40대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던 것들입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그에 걸맞게 활력 넘치는 경기력을 펼칠 수 있었고, 대부분의 팀들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40대 감독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도 더욱 높아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됐습니다. 현역 시절 활약상이 여전히 남아있는 20-30대 젊은 팬들에게는 이들의 '지도자 싸움'이 당연히 볼 만 하게 여겨지는데, 그런 만큼 각 감독들은 나름대로 현역 시절만큼의 활약상을 감독직을 통해서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석에서는 농담도 잘 하는 친한 관계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만큼은 결코 질 수 없다는 자존심 싸움이 결과적으로 이들의 상승세를 부추기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40대 감독들의 활약은 올 시즌 뿐 아니라 앞으로 더 득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역시 이전 세대보다 젊은 세대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역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스타급 40대 감독'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 이를 통한 향상된 경기력은 분명히 K리그의 전체적인 질적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다양한 경험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40대 K리그 감독들의 활약상을 꾸준하게 지켜보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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