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제공할 신용정보 범위에 소비자 구매정보를 관련법 시행령에 뒤늦게 끼워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시민사회로부터 해당 조항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소비자연맹·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 등 6개 소비자·시민단체는 공동논평을 내어 "주문내역 정보를 신용정보라고 확대해석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추진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금융위에 관련 시행령 내용의 폐기와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마이데이터' 사업은 소비자가 동의한다면 흩어져 있는 은행·카드·보험·결제·증권정보 등을 모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사업이다. 애초 금융위가 지난 3월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때에는 소비자의 쇼핑정보가 신용정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8월 금융위가 공포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는 주문내역 정보, 전용카드 이용내역 등 소비자 쇼핑정보가 신용정보에 포함됐다.

시민사회는 '쇼핑정보'를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민감한 개인정보로 판단한다. 아울러 신용정보법은 신용정보를 '상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판단할 때 필요한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인 민감한 개인정보를 금융당국이 신용정보법으로 확대해석해 금융권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척시키려 한다는 게 시민사회 지적이다.

이들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거래내역을 이렇게 확대적용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중 어떤 것을 적용해야 할 지 혼란스러울 수 있고 이는 향후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개인정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의 관할로 들어갈 때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가 광범위해지고 있어 인터넷쇼핑몰 주문내역 정보 등을 통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숙박, 여행, 취미생활, 콘텐츠 구매 등 개인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보까지 데이터산업 발전을 위해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부분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정보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금융위가 담당하는 금융분야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금융위가 신용정보보호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에 이관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시행령 공포는 산업계에도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금융권에 쇼핑정보를 제공할 처지에 놓인 IT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신용정보법 시행령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금융위가 전자지급수단 관련 정보 중 하나로 추가한 '주문내역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다"라며 "금융위는 지난 7월 28일 시행령 개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도 '신용정보법은 금융거래정보 등 ‘신용정보’를 다루는 법률로 원칙상 IT기업 등이 보유한 일반 개인정보는 전송요구권 대상정보가 아님'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주문내역정보'를 전송요구 대상 신용정보로 추가한 것은 시행령상의 중대한 내용적 하자"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위는 최근 가명처리된 개인 질병정보에 대해 보험사가 고객 동의없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놔 시민사회로부터 "범죄를 조장하지 말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0대 국회 말미에 정부여당이 통과시킨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산업·연구 목적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보주체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가명정보 활용범위를 기업 마케팅 전략 등 '상업적 연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실제 같은 취지의 금융당국 유권해석이 나온 것이다.

현행 신용정보법은 '개인의 질병·상해 또는 이와 유사한 정보'를 수집·조사, 제3자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위법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