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해고 통보를 받은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임을 제기했다. 이스타항공은 600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정리해고 통보 메일을 보냈다.

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측은 올해 상반기 항공기 9대를 반납한 데 이어 8대를 추가 반납해 6대만으로 운영하고, 이에 따라 인력도 400여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경우 약 4분의 3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우선 7일 600여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고용유지 촉구 정당, 노동,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이스타 항공 조종사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일부터 국회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인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해 정확하진 않지만, 전 직원 1,136명 중 605명에 대해 정리해고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황스럽다. 저보다 다른 직원들의 상태가 더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보험료를 냈다면 정리해고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이 고용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상직 의원이 실질적으로 오너로서 고용보험료 5억 원만 내면 나머지 모든 직원들이 3월까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혜택을 보면서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해왔다. 이스타항공은 보유자산이 부족해 고용보험료 5억원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국회 신규 의원들의 재산내역에 따르면, 이상직 의원의 재산은 212억6,700만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5억 원을 출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3월부터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월에 임금의 40%가 나온 이후 3월부터는 한 푼도 나오고 있지 않다”며 “직원 대부분은 일용직 알바, 건설현장, 드라마 보조 출연, 택배알바 등을 전전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체불임금 해결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현재로선 정리해고 후에 정부에서 나오는 실업급여를 받아라, 혹은 회사는 체불임금에 대한 지급능력이 없으니 정부에서 지급하는 체당금을 받고 살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계획이다. 노동자의 임금채권을 통해 기업회생 신청을 해보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또한 이상직 의원, 경영진들의 비리와 만행을 알리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경영진의 비리에 대한 직원들의 제보가 상당히 많다. 이를 구체화시켜 세상에 알릴 예정”이라며 “비리는 회사 경영을 악화시킨 것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민주당 당내 경선에 개입한 증거도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 이스타항공 직원 등을 동원했다는 의혹으로, 사측이 직원들의 주소지를 이전해 ARS 경선에 참여시켜 특정후보를 지원하게 지시한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7일 낸 입장문에 대해 박 위원장은 “대표이사는 차후 경영 정상화 이후 전원 재입사를 약속드린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믿지 않고 있다”며 “명확한 재고용 시기와 절차에 대한 노사간 합의도 없었고, 해고통지서에는 재고용에 대한 어떤 내용도 실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원들과 사측 경영진 간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는 것”이라며 “회사에서 재고용 의사가 있다면 정리해고를 유보하고 매각부터 추진하는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작업이 결렬된 이후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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