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가수를 드라마에 투입해 시청률 상승효과를 노리는 제작자나 준비 없이 연기를 시작하는 아이돌이나 모두 잘못됐다." - 배우 이순재

필자가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스토리다. 서사적인 과정이 얼마나 잘 그려져 있는지와 극적인 전개 방식의 표현법 그리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위주로 감상하는 편인데, 몇몇 드라마들은 이런 요소들을 파악하기 전에 철저하게 내 기준에서 `짤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 미달 때문이다.

`드림하이`의 경우도 그랬다. 연예계 특히 아이돌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요즘, 스타가 되기 위한 학생들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드림하이의 경우, 평소 흥미진진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소재여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객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배우들의 상태는 우려보다 더 심각했으며, 손발 오그라드는 발연기라는 표현이 적합한 상태였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연기력 식별 능력이 거의 프로에 가깝다. 간단한 대사처리, 감정 표현, 다음 장면을 생각한 컨티뉴이티 등 연기의 기초가 돼 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푹 빠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배우들이 기본이 안 되어있으니 전혀 몰입할 수 없었다.

주연 배우였던 수지는 당시 데뷔한 지 약 1년 밖에 안 된 신인이었다. 그것도 배우가 아닌 가수로 활동하던 수지에게, JYP는 수익 창출과 아시아 진출 등을 위해 철저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주인공을 맡겨 놓은 듯 했다. 때문에 당연지사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주인공들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의도에 맞게 아이돌 포진으로 드라마의 시청률은 적정으로 보장했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깊이를 스토리에 상관없이 배우들의 연기로 말아먹은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경우를 빛 좋은 개살구라 하는 것 같다.

수지는 자신의 연기를 빵점연기라고 말하며, 앞으로 백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수지를 옹호하는 이들은, 수지는 이제 막 17살이고 아이돌 중에는 그나마 연기 잘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며 앞으로를 지켜보자라는 취지로 보호막을 둘렀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드라마를 볼 때 어떤 배우의 개인적인 사정까지 걱정하고 이해해야한다는 말 자체가 넌센스이다. 배우는 오로지 연기로만 평가받아야한다.

이러한 드림하이 논란은 제대로 연기를 공부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자를 꿈꾸는 아이돌들에게 되레 모독이 되었다. "아이돌이 무슨 연기야?", "연기도 못하는데 인기빨로 하는 거겠지" 하는 편견에 대해, 그 편견이 정확한 생각이라는 확신을 가중시켜준 이기적이고 오만한 행동이었다.

국내 최대 기획사인 SM과 JYP가 손을 잡고 드림하이 시즌2를 만든다는 기사가 나왔다. 시즌2는 철저한 준비와 대비를 통해 시즌1의 부정적인 결과를 재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며,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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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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