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다음달 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레바논전과 6일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전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엔트리 23명 명단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많은 도전과 실험을 즐겼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안정적인 엔트리 구성을 해 눈길을 끈 면이 많았는데요. 지난 10일, 한일전 패배에 대한 충격 탓이었는지 이번만큼은 좀 더 신중한 자세로 경기에 임해 첫 단추를 잘 꿴 뒤, 점진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던 엔트리였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역시 주목할 만한 선수는 몇몇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시 돌아온 대표팀 자원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패트리어트' 정조국(옥세르)과 '염긱스' 염기훈(수원 삼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정조국은 지난 6월, 2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뒤 다시 기회가 주어졌으며, 염기훈은 아시안컵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태극 마크를 달았습니다. 한동안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둘은 이번 예선 2연전을 통해 조광래호의 진정한 황태자가 되기 위한 당찬 각오를 보일 작정입니다.

▲ 정조국, 염기훈
이들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대표팀 내 상황을 어느 정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두 선수의 자리에는 박주영(AS 모나코)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아시안컵 직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박주영은 소속팀을 찾지 못한 이후 방황이 길어지다 결국 지난 한일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산 바 있습니다. 측면 자리가 비어있고, 제 몫을 다 해줘야 할 박주영의 부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조광래 감독은 최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정조국과 염기훈에게 모처럼 기회를 주었습니다.

둘은 공통적으로 대표팀과의 인연이 생각보다 깊지 않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2002, 2003년 청소년대표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던 정조국은 2002 월드컵 이후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 꾸준하게 주목받았지만 이후 박주영에 가려 이렇다 할 대표 기회도 잡지 못하고 묻힐 뻔 했습니다. 염기훈 같은 경우, A매치 출전이 42경기에 달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표 주전 자원으로서 활약하는 등 나름대로 경력은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넣지 못한 모습들이 많이 나와 팬들의 극심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실력으로 소속팀에서 뭔가를 보여주며 주목받았습니다. 정조국은 프랑스리그 옥세르에 지난해 진출해서 첫 시즌 막판 16경기에 나서며 2골-1도움의 무난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비록 새 시즌 개막 후 2경기 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활발한 몸놀림과 뛰어난 발재간을 바탕으로 터트려주는 득점 능력이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번에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염기훈의 경우, 8월 한 달에만 2골-4도움을 올리며 소속팀 수원의 리그 3연승에 큰 견인차 역할을 하고 부지런한 상승세를 타는 중입니다. 특기인 왼발 킥력이 살아나고, 민첩하고 유연하게 이뤄지는 측면 플레이가 다시 활발하게 나타나면서 부쩍 자신감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광래호에도 꾸준하게 승선했다 아시안컵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염기훈 입장에서는 이번이 대표팀에서 다시 롱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 됐습니다.

일단 둘은 주전 경쟁부터 넘어야 합니다. 현재 공격 자원 톱으로는 박주영과 지동원이, 측면 자원에는 손흥민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만 잘 살리고 자신감만 보여준다면 조광래 감독에 눈도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들의 경험을 믿겠다면서 이번 예선 2연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일전 패배로 위기에 빠지자 SOS를 받고 출동한 두 선수 정조국과 염기훈이 조광래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열지, 이들의 활약상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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