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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다’- 떠났던 정어리떼, 푸른 바다거북은 어떻게 그 바다에 돌아왔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9.05 12:33

[미디어스=이정희] 태풍의 한가운데 제주에 발이 묶였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야자수들이 90도로 꺾이며 바람을 견디고, 에머랄드 빛이었던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칠고 검은 물결로 다그쳤다. 한 발자국만 헐하게 내딛어도 휘청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시간, 결국 마이삭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남기고 물러났다. 마이삭이 휩쓸고 간 바닷가, 해면조각들과 바닷말 찌꺼기들 사이로 작은 게들과 벌레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분이 자칭 '원주민'이셨다. 그저 얹어놓기만 했는데 태풍에도 끄떡없는 제주도 돌담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다 그 돌과 같은 제주도민들의 의지력, 그 의지의 제주도민들이 제주 바다를 살리기 위해 들인 공으로 말씀을 돌리셨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가 깨끗한 이유, 쓰레기나 플라스틱 조각하나 나뒹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제주도민들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이 2050년 바닷속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거라고 경고하는 시대. 그럼에도 바다를 청정해역으로 지켜낼 수 있는 건 사람뿐이다. KBS 1TV <다큐 인사이트>는 8월 20일과 27일에 걸쳐 <눈물, 바다> 2부작을 방영, 그 ‘바다와 사람’에 대해 말한다.

엘니뇨와 남획이 불러온 재앙

KBS 1TV <다큐 인사이트> 2부작 ‘눈물, 바다’ 편

페루 산후안 마르코나 해역, 남극에서 흘러온 홈볼트 해류가 흐르는 이곳에는 막대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있다. 그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멸치 떼가 몰려들고, 그 멸치 떼를 따라 2m나 되는 오징어 떼가 지천이다. 3억 마리의 새와 180여 종의 바다사자가 사는 곳, 페루 수산업의 중심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997~99년 20009년에서 2010년, 2016년에서 2017년 세 차례에 걸친 엘니료로 해수 온도가 5도가 상승했다. 거기에 남획과 오염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닥쳤다. 1990년 조개류 어업이 붕괴했다. 2000년에는 다른 어업도 할 수 없게 되며 산후안 마르코나 마을이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20여 년간 마을 사람들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살길을 모색했다. 매일 매일 쓰레기를 치웠다. 어업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해안을 관리했다. 그러자 3년 전부터 붉은 성게가 돌아왔다. 성게가 돌아오자 물고기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일정 크기, 일정량 이상은 잡지 않는다. 휴식기도 엄격하기 지킨다. 이곳만이 아니다. 오래된 기구에 의지하여 잠업을 하는 페루 북쪽 안콘도, 멸치 산업의 메카 엘 카요도 후손 대대로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스스로 바다를 지켜낸다. 

홍도 바다에 홍어가 없다? 

우리나라의 홍도는 어떨까? 대대로 홍어를 잡아 일 년 생계를 꾸려온 홍도 사람들은 특유의 주낙(비교적 굵은 한 가닥의 기다란 줄에 여러 가닥의 가는 줄을 달고, 그 끝에 낚시를 연결) 방식으로 낚시를 해왔다. 그런데 70년대 중국에서 온 쌍글이 어선이 서해를 까맣게 덮으며 우리 어장의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거기에 수온이 상승과 바다 오염이 겹치며 홍어잡이의 시절은 막을 내리는 듯했다. 

90년대 20여 척쯤 되던 홍어잡이 배는 적자가 되자 2000년 대에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다 이제 6척이 남았다. 24시간 잠을 안 자고 뿌리고 끌어올리는 주낙은 고된 노동의 현장이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끌어올린 건 폐그물, 포대이기 십상이다. 그래도 금어기를 만들고, 어획량을 정해 바다를 보존하기 시작하자 2, 3년 전부터 다시 홍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브라질,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KBS 1TV <다큐 인사이트> 2부작 ‘눈물, 바다’ 편

지구 녹지의 9%, 인간의 보물 창고라 일컬어지는 브라질의 맹그로브 숲.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 정글에서 사람들은 맹그로브게를 잡아 살아왔다. 타이어로 만든 신발에 여러 겹 장갑을 끼고 날카로운 나무뿌리 사이를 헤집고 다녀야 하는 '극한 어업',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암컷을 잡지 않는다. 번식을 위해서이다. 7센티 이상만 잡는다. 

'더 많이 보호할수록 더 많이 얻을수 있다'는 것을 맹그로브 숲의 사람들은 깨달았다. 수많은 동물들의 집,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이곳 맹그로브 숲, 그 숲이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가난한 어부지만 동네의 생존을 위해 법으로 정해진 상한선을 지킨다. 자신의 아이들이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맹그로브 숲을 지키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와카토비의 바자우족은 바다 집시들이다. 다이너마이트와 청산가리를 이용하여 고기를 남획해 왔다. 그 '잔인한 남획'의 결과는 처참했다. 산호초가 죽어갔다. 물고기가 사라졌다. 필리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알보알 앞바다의 정어리 떼가 사라졌다. 

남획을 금지하고 무자비한 다이너마이트와 청산가리 사용을 금지하자 산호초가 살아났다. 정어리 떼가 돌아왔다. 그러자 멸종 위기의 푸른 바다거북과 같은 다른 해양 생물들도 돌아왔다. 

KBS 1TV <다큐 인사이트> 2부작 ‘눈물, 바다’ 편

낚싯줄, 작살총, 그물만이 허용된 인도네시아의 앞바다. 정부 계도에 따라 어부들은 전통적인 줄낚 등을 이용하여 비록 몇 마리는 되지 않지만 비싼 물고기를 잡는다. 살벌한 전쟁터와 같던 어업이 이젠 생명의 근원인 바다에서 노니는 놀이와 같은 사냥이 되었다. 전보다 많이 잡지 못하지만 고부가가치의 고기들은 어부들의 끼니와 벌이를 보장하게 되었다. 

바다가 변하고 있다. 수온은 올랐고 물고기들은 더 찬 바다를 향해 이동한다. 과도한 어획 등으로 지구촌 대다수 어장에서 물고기의 수가 줄었다. 거기에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현실은 변했지만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정부와 어부들은 이제 다시 노력하고 있다. 조금은 느리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산초호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제주 바다처럼, 사람들의 노력만이 우리의 바다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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