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데이터3법' 시행으로 개인의 질병정보에 대해 보험사는 고객 동의없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금융당국 유권해석이 나와 시민사회 비판이 제기된다. 질병정보는 개인신용정보가 아닐 뿐더러 상업적 사용은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비판이다.

4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논평을 내어 "금융위원회의 위법한 유권해석은 범죄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명처리된 질병정보 등은 고객 본인의 동의없이 활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보험업계 질의에 대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명처리 된 비식별 정보는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어 본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통계작성·연구·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일 경우 건강정보도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말미에 정부여당이 통과시킨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산업·연구 목적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보주체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가명정보 활용범위를 기업 마케팅 전략 등 '상업적 연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실제 같은 취지의 금융당국 유권해석이 나온 것이다. 익명정보와 달리 개인정보 중 일부 정보만을 삭제하는 가명정보는 정보결합 시 개인식별이 가능해 시민사회에서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핌 8월 31일 기사 <보험사, 고객 '의료데이터' 상업적 사용 가능해진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유권해석은 개인의 질병정보 등은 개인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점, 개인신용정보라 가정하더라도 신용정보법에 반한 위법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개정된 신용정보법 제33조 2항은 '개인의 질병·상해 또는 이와 유사한 정보'를 수집·조사, 제3자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금융위는 그동안 질병정보 등은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해 왔다"며 "특히 개정 전 신용정보법에서는 '개인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개인신용정보로 포함했다가 반성적 고려하에 오히려 질병정보 등에 대한 사전동의가 강화되고, 처리 목적이 대통령령으로 제한되는 개정(2009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질병정보 등'을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거나, 신용정보법상의 가명처리 조항이 '질병정보 등'에도 적용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위법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가명처리 된 비식별 정보는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어 본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금융위 측 주장에 대해 "비전문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신용정보법이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려는 경우 정보주체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가명처리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보주체에 사전고지·동의를 받는 것이 올바른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질병정보와 같은 의료정보는 특성상 식별위험성이 높고, 민감정보에 해당될만큼 개인인권·사생활과 밀접하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보험사의 '질병정보 등의 제3자 제공 등 활용에 대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위법한데도 불구하고 보험사 등이 추후 개인정보 보호 관련 책임을 면책받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으므로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면서 "금융위가 할 일은 위법한 유권해석을 내려 혼란을 야기하고 범죄행위를 교사·방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신용정보와 관련된 조항들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일원화하는 개정에 나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위치정보(기지국 접속기록)을 동의없이 몰래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업무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국가기관들이 뒤늦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느라 분주해졌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군, 검·경 등 국가기관의 공용폰 정보 역시 예외없이 이통사의 위치정보 수집·보관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9월 4일 <이통사, ‘공용폰’ 위치정보도 죄다 모아 경찰청 등 국가기관 뒤늦게 확인 분주>

4일 한겨레 기사에서 한 이통사 관계자는 "2일에도 경찰청 쪽이 '우리가 업무용으로 쓰고 있는 휴대전화의 위치확인 정보도 축적되느냐'고 물어왔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축적 대상은 국가기관과 기업 등이 업무용으로 쓰는 공용폰도 다 포함된다.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공용폰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는 사용자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업무상 비밀까지 포함한다"며 "기관이나 기관 간부가 어디서 '활동'했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가 3개월 동안 이통사에 축적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추 장관은 "몰랐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면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배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위치정보에 대한 이통사의 정보 축적 가능성을 언급하자, 청와대 윤창렬 사회수석비서관은 "경호처에 확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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