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각국 선수단이 속속 입국해 선수촌에 입촌하고 있는 가운데, 결전의 순간을 향한 세계 각국 육상 선수들의 막판 담금질이 한창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이번 대회에 지난 2009 베를린 대회 때 우승했던 선수가 거의 대부분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의 육상 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여자 장대높이뛰기 여신(女神)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등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육상 스타들의 참가가 확정돼 대회 기간이 다가올수록 그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볼트, 이신바예바 외에 어떤 육상 스타들이 이번 대구 대회에 찾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인자의 독주를 눈여겨볼 경기도 많지만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펼칠 스타급 선수들이 많은 종목도 존재합니다. 볼트, 이신바예바는 논외로 치고,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육상 스타는 누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육상 스타들의 치열한 경쟁 기대

남자 단거리에 우사인 볼트가 거의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면, 여자 단거리는 미국과 자메이카의 치열한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은 카멜레타 지터, 앨리슨 펠릭스라는 걸출한 단거리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자메이카 역시 이에 질세라 셸리 앤 프레이저, 베로니카 켐벨 브라운을 통해 미국의 아성을 또 한 번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자메이카 여자 육상의 비약적인 발전을 확인한 만큼 지터, 펠릭스는 나름대로 굳은 각오를 하고 이번 대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메이카 선수들이 얼마만큼 더 향상된 기량으로 미국의 도전을 완전히 잠재울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 여자 200m에서 4연패에 도전하는 미국의 스프린터 앨리슨 펠릭스(26)가 18일 오전 대구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펠릭스는 남자 100m와 200m 단거리 주종목에서 자메이카에 밀리는 미국에 단거리 종목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꼽힌다.ⓒ연합뉴스
지터, 펠릭스는 이미 대구에서 치른 국제육상대회에 수차례 모습을 드러내 이제 한국에 익숙해진 선수들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200, 400m를 뛰는 펠릭스와 100, 200m를 뛰는 지터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세워진 그리피스 조이너의 여자 200m 세계 기록(21초34)을 이번 대회에서 깰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입니다. 특히 펠릭스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세계선수권 200m 4연패라는 기록에 도전합니다. 2005년 대회부터 한 번도 다른 선수에 세계선수권만큼은 내주지 않았던 펠릭스의 우승, 그리고 기록 달성까지 이뤄지는 모습이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자메이카 스타들의 면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켐벨 브라운은 2004, 2008 올림픽을 2연패한 선수로 펠릭스와 함께 오랫동안 200m 강자 대결을 펼쳤던 선수이며, 셸리 앤 프레이저는 2008 올림픽과 2009 베를린 세계육상대회에서 100m 우승을 차지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현역 여자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100, 200, 400m 뿐 아니라 계주에서도 '세기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남자 허들 110m에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황색 탄환' 류시앙(중국)과 쿠바 특급 다이론 로블레스, 그리고 미국의 희망 데이비드 올리버가 그 주인공입니다. 공교롭게 이 세 선수는 최고 기록이 서로 0.01초 차이밖에 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해 볼 만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류시앙은 12초88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이론 로블레스는 이 기록을 깬 세계 최고 기록, 12초87을 작성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우승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둘의 아성을 위협할 올리버는 12초89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면서 지난 5월까지 18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기량이 출중해 남자 100m 이상으로 대단히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자 높이뛰기도 이번 대회에서 꽤 인상적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당초 이 종목 최강자는 블랑카 블라지치(크로아티아)였습니다. 그녀는 2007,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2010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선정한 올해의 여자 육상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최고의 육상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대구 땅을 밟게 됩니다. 그 때문에 블라지치에 밀려 늘 은메달만 따왔던 안나 치체로바(러시아)의 선전이 기대가 됩니다. 치체로바는 자국 대회에서 올해 시즌 최고 기록은 2m07을 뛰어 블라지치에 앞선 기록을 보유하고 대구 대회에서 1인자에 도전합니다. 두 선수 모두 빼어난 미모와 늘씬한 몸매가 돋보여 경기를 지켜보는 한국 팬들의 높은 주목과 인기를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도 볼트 못지않은 스타다" 대구 찾는 각 종목 1인자들

평소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가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육상 스타들도 모두 이번에 한국 대구 땅을 밟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남자 중장거리 간판 스타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입니다. 베켈레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만m 5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해 종전 6개 대회 연속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던 '나는 새'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 현 IAAF 부회장) 기록에 바짝 다가서려 합니다. 부상 때문에 1년을 쉬었다가 이번 대구 세계선수권이 복귀 무대가 될 베켈레는 후배 선수들을 따돌리고 '1인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영광을 그대로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의 육상 스타, 안드레아스 토르킬드센도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스타입니다. 남자 창던지기 1인자인 토르킬드센은 올림픽 2연패(2004, 2008)와 함께 유럽선수권, 그리고 세계선수권을 모두 거머쥔 창던지기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챔피언자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육상 선수 출신으로 그 피를 물려받아 창던지기 스타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토르킬드센의 어깨에 많은 팬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20년 만에 세계 기록을 작성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남자 멀리뛰기 간판 드와이트 필립스(미국), 2009년 이후 세단뛰기계를 평정한 영국 육상의 '마지막 자존심' 필립스 아이도우, 오세아니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투척 종목에서 세계챔피언에 올라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를 노리는 뉴질랜드의 여자 투포환 스타 발레리 아담스 등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한국 팬들에 많은 시선을 끌 육상 스타들입니다.

미국, 자메이카, 케냐, 에티오피아, 러시아 등 육상 강국들의 자존심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만큼 자존심을 걸고 각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게 이어지고 그에 따라 좋은 기록도 잇달아 작성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어쨌든 달구벌을 수놓을 '육상 별'들의 경연은 곧 시작됩니다. 이들을 우리 땅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초 종목' 육상의 묘미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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