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록'은 언제나 위대합니다. 한계의 벽을 넘어 마침내 기록을 세운 선수, 그리고 그 기록을 더 뛰어넘기 위해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인간의 위대한 도전에 대한 경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육상에서의 세계 기록은 가장 높은 가치와 평가를 받는 기록으로도 유명합니다.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살려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경탄하게 됩니다.

조금 있으면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육상 경기 대회 중에서도 꽤 많은 세계 기록을 냈던 대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과연 얼마만큼 세계 기록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10년 이상, 길게는 30년 가까이 묵은 불멸의 세계 기록들이 이번 대회에서 깨질지 주목됩니다.

▲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휘황찬란한 패션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던 여자 단거리 제왕, 故(고)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는 여자 100m, 200m 세계기록 보유자입니다. 그녀가 세운 기록들은 모두 1988년에 세운 것으로, 그 중 200m 기록인 21초 34는 서울올림픽 결선에서 작성한 기록입니다. 그녀의 100m 기록인 10초 49 역시 정확히 23년 동안 아무도 깨지 못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은 체코슬로바키아 선수가 갖고 있는 여자 800m(1분 53초 28) 세계 기록으로 1983년 7월 26일에 세워졌습니다. 이 종목 기록보유자의 나이가 환갑을 맞이한 나이(1951년생)인 것을 봐도 꽤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여자 계주 4x100m(41초 37)와 여자 400m(47초 60)는 1985년, 동독 선수들이 작성한 기록으로 24년째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100m 허들(12초 21, 1988년), 높이뛰기(2m09,1987년), 멀리뛰기(7m52,1988년), 포환던지기(22m63,1987년), 7종경기(7291점,1988년) 등 여자 종목 가운데 14개 종목이 20년 넘게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10년 넘은 기록 가운데는 아시아 선수의 세계기록 보유가 눈에 띕니다. 취윈샤(여자 1500m,1993년), 왕쥰샤(여자 10000m, 1993년) 등 한때 세계를 뒤흔들었던 중국 육상의 '마군단' 핵심 선수들이 세운 세계 기록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 비교적 최근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여자 마라토너 노구치 미츠키는 30km 부문에서 지난 2005년에 세계 기록을 작성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자 종목에서는 해머던지기와 원반던지기 기록이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머던지기의 86m 74는 구소련 선수가 작성한 것으로, 1986년에 세운 기록입니다. 원반던지기는 남녀 모두 20년 넘게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으며, 각각 25년, 23년째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의 '위대한 기록'도 후배 선수들이 아직 깨지 못해 '인간의 한계'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가 1994년에 세운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6m14)은 17년째 깨지지 않고 있으며, '단거리 스타' 마이클 존슨(미국)의 남자 400m 기록(43초 18)도 어느덧 12년을 넘어섰습니다. 또 '높이뛰기 제왕'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의 높이뛰기 기록(2m45)도 16년이나 묵었고, 400m 허들 케빈 영(미국)의 46초 78 기록은 내년이면 2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밖에 '차세대 칼 루이스'라는 별칭이 붙었던 마이크 파월(미국)의 멀리뛰기 기록(8m95), '창던지기의 전설' 얀 젤레즈니(체코)의 창던지기 기록(98m 48) 역시 각각 20년, 15년째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트랙보다는 필드 종목에서 오래 묵은 세계 기록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의 기록이 20년 안팎의 세월을 지닌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흔하게 알려진 종목보다 이런 필드 종목에서 세계 기록이 깨질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이 필드 종목에서 세계 기록이 나올 가능성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여자 높이뛰기에서는 러시아의 안나 치체로바가 2m07의 시즌 최고 기록을 보유해 세계 기록과 불과 2cm 차이에 불과한 개인 최고 기록을 갖고 이번 대회에 나섭니다. 기대해 봐도 좋을 수준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육상에서만 세계 기록이 4개, 올림픽 기록이 42개가 쏟아져 '기록의 대회'로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23년이 흐른 뒤, 한국 땅에서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과연 어떤 기록들이, 특히 10-20년 묵은 세계 기록 가운데 어느 기록이 깨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