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TV조선에서 파면당한 이진동 전 기자가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 전 기자는 TV조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행사하기 위해선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며 노동조합 설립을 제안했다. 이 전 기자는 자신에 대해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게 된 원인은 ‘국정농단 사건’ 보도에 있다며 TV조선에 복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스타파는 2018년 3월 이진동 전 기자가 2015년 같은 회사 직원 A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기자는 2018년 3월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고, TV조선은 이 전 기자를 파면 조치했다. 당시 이 전 기자 측은 미디어스에 “성폭행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진동 전 TV조선 기자 (사진=한국기자협회)

이후 이진동 전 기자와 A씨는 법정 공방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고소인(A씨)의 피해 진술이 시간에 따라 추가, 변경, 번복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소인 진술만으로 피의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재정 신청을 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4일 “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정당하다”며 제정 신청을 기각했다. 무혐의 처분은 지난달 28일 확정됐다.

이진동 전 기자는 2일 TV조선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노동조합 설립을 제안했다. TV조선은 종합편성채널 4개사 중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없다. 이 전 기자는 “기자들 일의 특성은 할 일을 하고도 회사의 이익 앞에 희생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후배 기자에겐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행사하기 위해선 노조라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동 전 기자는 “(현직 시절) 부국장급 간부였지만 후배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후배들이 노조를 만들면 적극 지지 지원하겠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노조가 있었다면 진상 파악도 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해고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적 영역의 일을 하는 기자들이 모여 있는 방송사에 노조가 없다는 건 의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방송의 생명과도 같은 공정 공익 책임의식 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노조는 있어야 한다"면서 "권리를 회사 측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진동 전 기자는 TV조선에 복직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전 기자는 “회사에 징계 해고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원상 회복 조치’ 등을 요청했다”면서 “회사를 나가더라도 후배 동료 여러분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제 발로 당당히 걸어 나가겠다. 원만한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상당히 긴 여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급한 마음으로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TV조선 (사진=미디어스)

이진동 전 기자는 이번 사건이 ‘국정농단 사건’ 보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TV조선에서 K스포츠재단의 존재를 밝히는 보도를 했으며, 취재 후기를 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출간한 바 있다. 이 전 기자는 “나에게 일어난 일의 뿌리는 TV조선과 모회사의 성향을 역주행하는 취재 보도, 그리고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출간에 닿아 있다”면서 “국정농단 사건 특종에 대해 회사는 더 이상 외부적으로 내세우지도 않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층 이탈 등을 이유로 그 특종의 성과를 지우려 하다가 평기자들의 반발로 그나마 멈춰섰다”고 밝혔다.

이진동 전 기자는 “파면 사유 중 하나는 언론 보도로 인한 회사 명예실추였다”면서 “그런데 맨 처음 보도한 월간조선에 허위의 지라시성 기사를 흘린 사람은 TV조선 내부 핵심 관계자였다. 허위의 내용이 월간조선에 보도됐고, 그 이후 다른 언론에 전파됐는데 언론 보도로 인한 회사 명예 실추를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 역시 누가 봐도 코메디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진동 전 기자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직원을 감싸지는 못해도, 내부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음해하고 그걸 빌미로 회사가 낙인찍어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은 일반인의 눈으로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설령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었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본인의 소명을 들어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진상 파악을 거친 뒤 징계 절차를 거쳐 해고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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