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축구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이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선수는 바로 김보경과 손흥민이었습니다. 특히 남아공월드컵과 아시안컵을 함께 했던 김보경에 대해서는 "많은 기회가 갈 것 같다"고 기대하며 앞으로 자신을 이을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2009년에 열린 U-20(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떠올라 매년 기량이 급성장한 김보경에 많은 여론, 팬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기대대로 김보경은 2011년 새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또 한 번 서서히 떠올랐습니다. 세레소 오사카에서 첫 시즌을 보낸 김보경은 기복 없는 플레이로 주전 자리를 완전히 꿰차면서 꼭 필요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터트려 어느새 시즌 득점도 6골로 늘었고, 측면, 중앙 어느 곳 가릴 것 없이 활발한 몸놀림으로 매 경기 활약을 거듭했습니다. 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가 김보경에 관심을 보여 이적설까지 떠오르는 등 주가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 김보경 ⓒ연합뉴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아직 김보경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직까지는 넓지 않아 보입니다. 박지성 국가대표 은퇴 이후 국내에서 열린 첫 A매치,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장해 맹활약을 펼친 이후 3번의 평가전에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청용의 부상으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난 10일 열린 한일전에서 그 자리는 이근호, 구자철이 대신 메우고 오히려 맥이 빠진 후반에 교체 투입된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김보경의 기량을 예나지나 높이 평가하는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다른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과 엔트리 중복이 되는 점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청용의 공백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상황에서 측면 자원으로서 성인 대표팀에서 좋은 역량을 보여준 김보경에게 이번 월드컵 3차예선을 계기로 서서히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청용의 공백을 손흥민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는 있지만 이에 맞춰 중앙보다 측면 공격 자원으로서 더 위협적인 활약을 펼치는 김보경에게도 기회가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예선과 겹쳐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김보경의 몸상태를 점검해 혹 3차예선 엔트리에 함께 끌고 간다면 많은 경험과 출전 기회를 쌓게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김보경의 장점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저돌적인 돌파입니다. 여기에 볼 키핑 능력도 좋고, 센스 있는 플레이로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줄 아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크로스 능력도 좋아 한 번 '제대로 터지는 날'이면 공격수에게 '택배 크로스'가 연달아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특징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임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과 조광래 현 대표팀 감독, 그리고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 모두 오래 전부터 탐냈던 자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에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을 갖췄다보니 2009 U-20 월드컵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공월드컵과 2011 아시안컵을 동시에 경험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대담한 경기 운영이 돋보여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던 선수가 김보경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컵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 운영을 펼치며 3-1 승리에 기여하고 직전 경기였던 중국전 완패의 수모를 깨끗하게 씻어냈습니다. 또 박지성 은퇴 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펼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는 측면에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역시 4-0 완승에 수훈 역할을 했습니다. 선발로 나서 충분한 기회를 준다면 그의 활약에 따라 대표팀이 진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는 김보경을 잘 활용하는 조광래 감독의 전략 운영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청용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테스트 격으로 지난 한일전에서 이근호, 구자철을 시험해 봤다고 했지만 오히려 중앙보다 측면에 더 잘 어울리는 김보경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어야 했습니다. 물론 아직 공격 외에 수비적인 측면, 몸싸움, 체력 등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며, 이런 경험은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 입성 초반, 많은 경험을 통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보석으로 다듬어졌던 박지성처럼 김보경도 그럴 만한 가능성,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조광래 감독이 앞으로 펼칠 3차예선 경기에 김보경 활용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며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순간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김보경. 그의 말처럼 아직은 좀 더 다듬어야 하는 원석이지만 박지성이 직접 밝힐 만큼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나 무한한 가능성은 충분히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지동원, 구자철 등 또래 선수들의 유럽 진출 때문에 다소 묻혀 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김보경이 펼칠 앞으로의 활약상, 그리고 발전상은 충분히 조광래호 한국 축구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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