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 인순이가 나왔다. 그리고 아버지를 불렀다. 결과는 나가수의 시즌2 돌입 안착. 인순이야 워낙 대단한 가수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가창력을 가지고 있기에 1위는 당연히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듣는 순간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순이는 순위로 평가할 수 없는 가수였던 것이다. 임재범이 그러했듯, 인순이는 레전드 그 자체이다. 사라진 전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전설인 것이다.

2011/08/20 - [채널 1 : 예능] - 나가수 인순이, 링딩동만 해도 연속 1위는 나가수에서 인순이의 아버지를 듣기 전에 쓴 글이다. 첫 마디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아버지와 끝까지 호흡하나 흐트러짐 없이 노래와 안무를 소화해낸 링딩동. 이 두 곡만 들어도 인순이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가수의 중심축으로 다양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 기대된다. 다음번엔 어떤 미션이 떨어질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던 김범수의 모습을 인순이에게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를 듣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인순이의 비장한 모습과 함께 시작된 내레이션은 듣는 사람들에게 공통분모를 끌어냈다. 아.버.지.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있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 대한 느낌은 죄송함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항상 미안한 것처럼, 자녀는 부모에게 항상 죄송한 것 같다. 다른 점이라면 부모는 자녀가 있을 때 미안함을 표시하지만, 자녀는 부모가 없을 때 죄송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인순이의 아버지를 들으며, 나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고,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녀와 아버지는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사랑을 전달한 인순이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팠다. 조관우의 말처럼 인순이는 4,50대 뿐 아니라 1,2,30대 모두를 넘나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슈퍼스타K3에서 톱스타 논란이 있었다. 톱스타가 편집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톱스타의 리더는 4명이 모두 붙었는데 그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고,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도록 편집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 더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엘로우 보이즈이다. 엘로우 보이즈가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동영상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방송에서도 교만하고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정말 왜 그들을 붙였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실력도 없고, 겸손함도 없다는 것이다. 실력도 없는데 교만하기까지 하다면 그건 3류이다.

나가수에 옥주현이 출연했을 때 사람들은 옥주현을 비난했다.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다. 차라리 노래를 못하기만 했으면 응원이라도 해 주었을 것이다. 옥주현의 가칭력은 핑클 때부터 누구나 알아주었다. 나가수에서도 전조를 하면서 가창력은 인정받았다. 옥주현은 나가수에 임하면서 노래만 잘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불렀다. 그러나 부르면 부를수록 안티는 더 많아졌다. 옥주현 팬클럽은 그걸 막아보겠다고 각종 커뮤니티와 기사의 댓글에 쉴드를 쳤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사람들이 옥주현을 비난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겸손하지 못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에 연관되어 사실임이 밝혀졌는데도 옥주현은 직접 사과하기보다,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만 내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노래를 하였다. 실력은 있지만, 겸손하지 못하다면 그건 2류다.

이 레전드 인순이가 슈퍼스타K3에 출연했다. 이 때 심사위원으로 나와서 심사를 보았는데, 당시에는 서인영과 윤종신 그리고 인순이가 함께했다. 인순이는 거의 아무런 말을 안 하고 차분히 심사를 보았다. 반면 서인영은 기분에 따라 독설을 퍼부으며 심사하였다. 서인영이 예능 프로그램을 몇 번 해 봤기에 방송을 살리기 위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인영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인순이가 훨씬 더 돋보였다. 나가수에 나온 인순이는 1위를 예상하지 않았다. 1위는 희망사항이고 3,4위가 목표라 말했고, 실제로 1위를 했을 때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나가수에 나오는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후배들과 개그맨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정색하며 경로우대는 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실력과 겸손함 그리고 자신의 노래에 대한 자존심까지 가지고 있는 인순이는 누가 봐도 일류였다. 아니 레전드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그녀의 열정과 35년간 갈고 닦은 실력 그리고 겸손한 인품까지 모두 갖춘 인순이는 나가수를 살릴 구심점이 아닐까 싶다. 나가수는 더 공정하고 품격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찬란히 빛나고 있는 보석을 담으려면 그 상자 또한 화려해야 하니 말이다.

인순이로 인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나가수는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명예졸업 전까지 인순이의 주옥같은 노래들과 감동적인 무대를 계속 보고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