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된 김성현, 송신영 콤비가 선두 삼성을 상대로 합작 완봉을 기록해 LG는 7월초 한화와의 대전 원정 3연전 이후 한 달 반 만에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습니다.

▲ LG 트윈스 선발 김성현 ⓒ연합뉴스
선발 김성현의 출발은 불안했습니다. 1회말 선두 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중심 타선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았고 4회말과 5회말에도 선두 타자에 안타를 허용했지만 역시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인 김성현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인 7이닝을 소화하며 4피안타 4볼넷 5삼진으로 이적 후 첫 승을 챙겼습니다.

마무리 송신영은 김성현의 뒤를 이어 8회말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세이브를 추가했습니다. 팀 승리와 더불어, 함께 트레이드된 후배의 승리를 챙긴 것입니다. 하지만 송신영을 8회말 시작과 동시에 등판시킨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빨랐습니다. 8월 13일 잠실 롯데전 이후 8일 만의 등판이며 내일이 휴식일이라 해도 34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마무리 투수에게 2이닝을 맡기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선이 침묵하는 가운데 1점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조기 투입한 벤치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면 프라이머리 셋업맨 한희를 8회말 투입해 1이닝을 맡기고 만일 한희가 주자를 내보낼 경우 1사나 2사 상황에서 올리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제 경기에 한희를 투입해 1.2이닝을 소화시켰기에 오늘 올리지 못했다면 결국 어제 큰 점수차에 한희를 아끼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던 셈입니다.) 장기 시리즈에서 투수의 부담은 한 경기만으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듯 보이지만 피로가 누적되면 승부처에서 구위가 떨어져 팀의 패배와 직결되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시즌이 적지 않게 남아 있으니 투수들의 투구수 관리는 9월 이후 팀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결정적인 승부처를 위해 필요합니다.

야수들 중 수훈갑은 김태완입니다. 결승타는 신인 김남석의 몫이지만 그에 앞서 무사 2루에서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해 중전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김남석에게 이어준 김태완이 돋보였습니다. 김남석의 적시타 이후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 이대형이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는데 실패하며 결국 3구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로 인해 추가 득점에 실패했음을 감안하면 김태완이 초구에 깔끔하게 작전을 수행한 것이 훌륭했습니다. 6회말에는 선두 타자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뒤로 넘어지면서도 아웃 처리하는 호수비가 돋보였습니다.

김태완 외에도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7회말에는 1사 후 올 시즌 도루 실패가 없는 대주자 강명구의 도루 시도를 조인성이 저지했고 신명철이 볼넷으로 출루한 2사 후에는 김상수의 타구를 이진영이 전력 질주해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했습니다. 9회말 1사 후에는 현재윤의 안타성 타구를 정성훈이 다이빙 캐치했고 1루 송구는 부정확했지만 1루수 서동욱이 절묘하게 태그 아웃으로 연결시켰습니다. 서동욱은 경기 후반 대수비로 투입되어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수비로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타선 침묵은 오늘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이병규와 박용택의 부진은 심각합니다. 4번 타자로 출장한 이병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네 번의 타석에서 모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는데 바깥쪽 공을 억지로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인해 타구가 내야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체가 무너지며 몸이 앞으로 나가는 습관에도 불구하고 이병규가 위협적인 이유는 콘택트 능력이 좋고 상대 투수의 제구에 따라 몸쪽은 잡아당기고 바깥쪽은 밀어치는 타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해 극도로 부진합니다.

박용택은 3회초 이대형의 행운의 3루타로 만든 1사 3루의 선취 득점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역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이병규와 마찬가지로 타구가 내야를 넘지 못했습니다. 3회초 1사 3루 선취 득점 기회에서 박용택은 그의 전매특허가 된, 낮게 떨어지는 공에 무릎을 꿇으며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희생 플라이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낮은 공을 퍼 올려서는 공을 맞히더라도 주자를 불러들일 수 없는 내야 플라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낮은 공은 버리고 높은 공을 노려 치는 타격 자세가 필요한데 풀 카운트에서 자신과 스트라이크로 승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고 낮은 볼에 헛스윙해 삼진으로 돌아선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5회초 1사 1, 2루에서도 1루 땅볼로 물러난 박용택이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이라도 살려 1:0이 아닌 2:0만 되었어도 마무리 송신영의 조기 투입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 LG는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이 해줘야하는 팀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삼성 선발 장원삼에 강한 조인성의 2루타가 결승 득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병규와 박용택이 도합 8타수 무안타에 그쳤기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비 부담이 많은 포수 조인성은 차치해도 이병규와 박용택의 2달 이상의 장기 침체가 LG 타선 침묵과 팀 성적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병규와 박용택의 부활이 시급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