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분과장인 이광재 의원이 OTT 등 온라인 영상콘텐츠 진흥 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두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미디어스는 이광재 의원의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공동발의 요청서를 입수했다. 해당 법안은 영상미디어콘텐츠(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영상 콘텐츠) 진흥·규제 권한을 문체부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OTT 주도권 경쟁에 문체부가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모바일 기기의 발달 및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의 등장으로 영상물의 기획·제작·유통·소비 방식이 급속도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도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집중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동발의 여부를 9월 3일까지 의원실로 알려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르면 금주 내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OTT 사업자에 대한 법적 지위를 규정했다. 적용 대상은 방송사업자, OTT 등 영리 목적으로 영상미디어콘텐츠를 유통·기획·개발하는 사업자다. ‘방송영상콘텐츠’, ‘온라인영상콘텐츠’ 관련 사업자를 각각 '기획업자’, ‘제작업자’, ‘배급업자’, ‘제공업자’로 분류했다. 게임물, 인터넷 뉴스, 방송 보도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진=연합뉴스)

영상미디어콘텐츠 산업 진흥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시행 권한은 문체부에 있다. 문체부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장과 협의해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종합계획은 문체부 장관 소속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위원회는 2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문체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다. 이밖에 기획재정부·과기정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방통위·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이 위원으로 포함된다.

문체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영상미디어콘텐츠 제작 시설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또 문체부 장관은 정책 수립·시행을 위해 실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 중앙행정기관장·공공기관장·콘텐츠사업자는 문체부의 자료 제출·의견진술 요청에 따라야 한다.

문체부 규제 권한도 강화된다. 문체부 장관은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조항을 신설하고, 유통환경 분석·금지행위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문체부 장관은 불공정 거래 금지 및 사업자 분쟁 해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사업자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게 된다.

영상미디어콘텐츠 사업자는 제작업자·기획업자에게 저작권 양도를 강제하거나 제작 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가를 정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영상미디어콘텐츠 사업자는 부당하게 기획·제작 방향을 변경할 수 없으며 계약에 명시된 대가의 지급을 유예하거나 감액·미지급할 수 없다. 정보통신망사업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영상미디어콘텐츠 사업자에게 중개 시설 제공을 거부해선 안 된다. 문체부 장관은 사업자가 위에 해당하는 금지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때 과기정통부·방통위·공정거래위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기관장은 요청에 회신해야 한다.

이 의원은 사업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영상미디어콘텐츠 사업자 신고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신고제는 등록·허가제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사업자는 영업 신고를 할 때 문체부·지방자치단체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영상 콘텐츠를 유상으로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사업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거나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실시할 수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자체 등급분류 결과가 기준에 현저히 위배되는 경우 등급 조정하도록 통보할 수 있다. 문체부·지방자치단체는 사업자가 등급분류를 하지 않거나, 청소년관람불가 콘텐츠에 등급·내용 정보 미표기 시 과태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율 등급제를 실시할 경우 등급분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 6월 22일 정부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OTT를 통해 유통되는 비디오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등급분류 할 수 있도록 자율등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사진=연합뉴스)

이번 법안으로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 관련부처들의 OTT 주도권 쟁탈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광범위한 문화 콘텐츠 진흥을 담당하는 문체부가 사실상 OTT 주무부처가 되고 방통위, 과기정통부가 각각 준비 중인 미디어 관련 법제 개정방향과 내용이 상이해 혼란이 예상된다. 국회 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주도권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방통위는 최근 'OTT 활성화 협의체'를 통해 사업자 의견수렴과 정책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내에 'OTT 정책협력팀'이 구성됐다. 과기정통부는 'OTT 법제도 연구회'를 발족시켜 미디어 법제도 정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6월 발표된 범정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사실상 과기정통부 중심의 플랫폼 사업자 진흥정책으로 평가된다.

문체부는 6월 'OTT 콘텐츠 글로벌 상생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문체부 중심의 K-OTT 컨트롤타워인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가 설립되는 것이다. 법안의 내용이 정책 추진 시 방통위, 과기정통부 협의를 거치게 돼 있고 관련 국회 상임위가 과방위인 만큼 문제위 법안소위 검토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각 정부부처별 진흥·규제 정책이 난립하는 형국으로 사업자, 종사자, 이용자(시민사회·소비자단체) 등 정책대상자 역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당정이 'K-OTT 컨트롤타워'를 띄웠다는 해석이 있지만 해당 사정을 잘 아는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법안을 심사할 문체위 소속 여당의원들도 갑작스레 이 의원 법안내용을 넘겨 받아 이제 막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협의도 없었다.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 대해 문체부를 포함, 관련 정부기관 장관급 인사들의 별도의 협의나 논의는 없었다.

(왼쪽부터)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달 31일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에 "콘텐츠나 플랫폼은 서로 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반이다, 민간협의회다, 위원회다 등등을 하나로 모아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는데 이렇게 각자 나뉘어서 대책을 세우고 있는 이유가 뭔가"라고 질의했다.

윤 의원은 "OTT 사업과 관련해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마치 각 부처가 경쟁하듯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하는 것처럼 외부에 비춰져서는 안 된다"면서 "거버넌스 문제는 항상 고민거리이다. 방송과 플랫폼, OTT, 콘텐츠까지를 하나로 묶는 국내 거버넌스가 굉장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문체부, 과기정통부, 방통위가 같이 협의체를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 전에 각 부처별로 고민해야 할 것들도 있고 해서 그렇게(부처별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장관은 "조만간 협의체를 만들어 같이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각 영역이 같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OTT가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다. 정말 긴밀하게 협력해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현재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탐색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주도권 잡기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각자 업무 영역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그런 것들이 모이면 정책 협의체를 통해 하나된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3월 21대 총선 공약으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혁신기구 설치·운영을 제시, 미디어 정책부서 통합과 단일 미디어콘텐츠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하반기에 국회 논의가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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