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내부에서 기후재난 위기에 대처하는 ‘특별대응반’을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정환·용태영 기자를 포함한 11명의 환경부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31일 KBS 사내 게시판에 "‘기후재난’, 내일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 전사적 ‘특별대응반’ 구성을 제안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온난화로 인한 폭염, 장마, 폭우, 태풍 등 이상 징후가 거듭되며 기후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4월 국내 종합일간지 가운데 최초로 편집국에 기후변화팀을 신설해 관련 기사들을 게재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6월 말부터 녹색연합과 손을 잡고 해녀, 농민 등에게 미친 기후변화의 영향을 취재한 ‘기후변화의 증인들’ 기획물을 연재했다. 공영방송 KBS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회원들이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한폭탄, 21대 국회에서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비상선언 결의안 채택과 기후재난 대응 정책 우선 추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해당 글에서 KBS 기자들은 당장의 코로나 대응만큼이나 기후재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재난 대비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이들은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기후악당’으로 손가락질받고 있다”며 “CO2를 줄여야 하는데 석탄발전소를 짓고 외국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기후재난’에 눈 감고 있으며 대통령이 지시한 ‘그린뉴딜’은 여전히 성장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재난은 진보냐 보수냐를 넘어 나와, 당신, 우리,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중심 채널을 자처하는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들에게 ‘기후재난’을 상시·지속해서 알려야 한다”며 “대한민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의 현상들과 ‘기후재난’의 징후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보도해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가 기획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일상과 정책,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논쟁하도록 해야 하며,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대안을 찾고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기후재난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려는 이들을 엄중히 경계하고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장 직속의 ‘기후재난’ 특별대응반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뉴스, 시사, 다큐 등 전 제작영역에서 ‘기후재난’을 제1의 과제로 제시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관제탑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성명을 제안한 용태영 기자는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가 심각성을 잘 알리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의 의식이 미흡하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함철 기자는 “기후변화 문제는 오래된 화두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등한시되어왔고 문 정부에서도 후순위로 밀린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풀었어야 할 과제이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피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해 늦게나마 필요성을 촉구하고자 성명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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