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를 당하려는 승유를 살리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는 세령. 수양대군만이 자신이 사랑하는 승유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세령의 극단적인 행동은 결과적으로 승유를 죽음에서 건져냅니다. 물론 수양대군이 아닌 단종의 결단이 가져온 결과이지만 말이지요.

목숨을 건 사랑, 그 지독한 사랑의 끝은?

부모 형제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다른 곳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는 사실은 승유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여인이 다름 아닌 수양대군의 첫째 딸이라는 사실은 그에게는 그 어떤 절망보다 지독한 절망이었습니다.

자신이 그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그 여인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죽어야만 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지독하게 다가옵니다. 세령 역시 자신이 승유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랑을 놓지 못한 이유로 김종서와 가족들이 몰살당할 수밖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이 승유를 사랑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은 그녀를 더욱 힘겹게 합니다.

물론 승유와 세령의 사랑이 없었다 해도 수양대군의 난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무리수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김종서를 죽이기로 작정한 그에게는 그저 하나의 명분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만큼 무모하게 자신을 던져버린 승유의 몸부림은 당연하게 수양대군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끝나고 맙니다. 가장 사랑했던 여인 앞에서 모든 것을 던져버린 남자. 그런 승유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세령의 모습은 극적으로 다가오는 <공주의 남자>를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사랑에 눈멀어 그 무엇도 바라보지 못했다는 원망은 승유를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고 맙니다. 참수 당할 처지에 놓여 삶에 대한 미련도 그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승유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승유와는 달리, 죽었다던 승유가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본 세령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죽음의 위기에 놓인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녀.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그 일을 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왕이 되고자 하는 수양대군을 무너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밖에는 없다는 것을 세령은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한 아버지가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이용해 승유의 가족을 몰살시켰다는 사실은 그녀로서는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승유를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아버지의 칼을 자신의 목에 겨누고 승유가 참수당하면 자신도 목숨을 거두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모두를 경악하게 합니다. 거사도 성공해 모든 권력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 왜 역적의(역적으로 몰린) 아들을 잊지 못하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국의 공주가 될 세령이 죽음을 앞둔 승유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모습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지키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는 것. 그렇기에 사랑이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세령은 절절합니다.

단종을 지키려는 이들을 역적으로 몰아 모두 죽인 수양대군은 자식들마저 참수해서 반역의 뿌리를 뽑아버리려 합니다. 승유는 김종서의 아들이라는 이유뿐 아니라 세령이 사랑하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꼭 죽어야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운명은 여전히 승유와 세령의 편에 서 있고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단종은 수양대군에게 더 이상 악행은 그만두라며 강력하게 참수를 막아냅니다. 단종의 결단이 없었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승유는 다시 한 번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수양대군의 동생 안평대군마저 역적으로 몰려 참수당할 처지에 놓이자, 세종의 여섯 째 아들인 금성대군이 경혜공주를 찾아 힘을 모으고 단종을 찾아 더 이상의 피를 봐서는 안 된다는 고언을 합니다. 물론 수양대군의 반대가 있었지만 단종의 결단은 더 이상의 죽음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승유는 질긴 목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안평대군은 유배 이후 죽음을 면치 못했고, 금성대군 역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세조 1년 그 모든 권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단종을 보위하고 그를 지지했던 새종의 왕자들은 수양대군에 의해 종친록에서 모두 삭제되고 재산과 노비마저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자신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죽음 혹은 몰락으로 몰아넣은 수양대군은 결국 새로운 왕인 세조가 되어 뜻을 이루게 됩니다.

목숨을 겨우 건져 유배당할 처지에 놓은 승유를 만나기 위해 한성부로 향한 세령은 옥사에 갇힌 승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승유의 분노에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이 지독한 운명으로 인해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은 또 한 번 지나갈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강화로 유배 중인 그들을 바다에서 침몰시켜 수장시키려는 수양대군의 뜻대로 배는 침몰하고 극적으로 살아난 승유가 어떻게 다시 세령과 만나게 될지는 <공주의 남자>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되겠지요. 역사가 기록하지 못하고 당시 살았던 이들의 기억에만 남아있는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 아들(손자)과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가족과 세상을 버리고 그들만의 사랑을 위해 살아간 그들은 그 지독한 운명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엇갈리는 죽음으로 슬픔으로 끝난 것과는 달리, 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속세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그들만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니 행복한 결말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승유 역의 박시후와 세령 역의 문채원이 보여준 연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초반 연기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감정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문채원은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박시후의 연기 역시 노련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지요. 더욱 10회 분노와 사랑이 절묘하게 섞인 그 오묘함을 동작 하나하나에 실어 보여준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피로 얼룩진 그들의 로맨스는 이런 죽음의 고비들로 인해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그들의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공주의 남자>라는 제목이 경혜공주를 위함이 아닌, 세령을 위함이고 그녀가 공주가 된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유일한 존재 승유를 이야기하고 있음은 10회를 마치며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공주의 남자>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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