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고교야구는 끝내 주요 경기의 중계방송에 폭넓은 접근이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릴 듯합니다. 수원구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예정된 결승전은 다음주 토요일 낮 한 시에 펼쳐집니다. 당연히, 낮 경기라서 별 어려움 없이 "중계"는 생방송으로 진행될 듯합니다. 낮경기이긴 해도, 주말에 펼쳐진다니 장족의 발전이죠.

지난 청룡기의 경우, 평일 낮시간에 펼쳐졌고, 그보다 앞선 황금사자기의 경우는 아예 중계조차 없었던 걸 떠올려보면, 대통령배의 현실을 비난하거나 한탄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겁니다. 대회 일정을 치르기 위해서 준결승까지는 손쉽게 "야간" 경기도 치르곤 했습니다만, 결승전만큼은 반드시 "낮경기"로 치르는 이유, 뭐 다 아시겠지만 "중계방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고등학생이라고 여름의 날씨가 덜 덥겠습니까? 오히려 토너먼트로 매일 이어지는 대회 일정과 잦은 등판, 긴장감은 대단하다는 거. 주요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출전해야 성적이 나오는현실을 볼 때, 피로와 부상우려는 더 깊습니다. 그나마, 결승전을 앞두곤 하루 휴식일이 있습니다만. 만약에 비라도 내리면 이 예비일은 경기를 치르는 데 써야될 듯한데요.

빡빡하게 진행되는 일정의 이유는 경기장 사정과 우리 고교야구의 현실적 여건에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을 결승전이 낮경기로 펼쳐지는 건, 일정 탓이라 할 수 없죠. 중계방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프로야구가 매일 저녁에 펼쳐지는 현실에 비춰, 월요일을 제외하곤 결승전 일정을 저녁에 잡을 수 없는 현실. 그나마 중계방송을 하려는 주관 방송사가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대회 기간 중 매일 낮시간에 펼쳐지는 LIVE에 감동하는 처지를 떠올리면, 결승전을 중계한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이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래도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화도 납니다.

떠올려보면 우리 프로야구의 과거엔 참 "낮경기"가 자주 펼쳐지고 했습니다. 최근 몇몇 스포츠 채널과 다큐 채널에서 과거의 프로야구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참 많은 경기들이 낮에 펼쳐진 것 같은데요. 당시 프로야구는 실제 낮경기의 숫자도 많긴 했습니다만, 더 주요한 이유는 중계된 경기들이 대부분 낮경기라는 거. 다시 말해, 중계를 위해서도 낮경기를 자주 편성했고, 그래서 TV화면 속 야구엔 낮경기가 많이 있다는 거죠.

스포츠 채널도 마땅히 없던 시절, 가끔씩 이어지던 공중파 야구중계가 유일한 TV속 프로야구였던 시절의 흔적들. 정규시즌엔 두 번 정도, 포스트시즌에서야 주말 경기가 낮경기로 펼쳐지는 지금 우리의 프로야구와는 참 다른 현실인데요. -낮경기 위주의 중계 편성은 여전히 공중파의 관행처럼 남아 있고, 그 덕에(?) 가끔씩 낮에 프로야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만.-

낮경기의 문제는 접근성과 더위, 선수들의 피로일 터. 프로야구에서 한여름이나 평일 경기를 낮경기로 치르는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공중파의 중계로 낮경기를 하더라도 주말 그것도 봄, 가을의 경기에만 가끔 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반대가 심해서 거의 못하는 현실, 그에 비해 고교야구에는 결승전조차 여름철 평일 낮경기로 치른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프로야구 경기의 중계를 위한다는 것에 이르면 뭔가 아이러니한 현실이란 생각도 듭니다.

낮경기의 매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야구공이 그리는 풍경은 한 사람을 소설가로 이끌 정도의 매력이 있는 풍경인데요. 하지만, 지금의 낮경기들과 고교야구, 또 프로야구 사이의 묘한 입장차는 왠지 불편합니다. 그리고 뭔가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12년에는, 고교야구의 주요 경기들이 나이트 경기로 중계되는 걸 보고 싶군요. 또 봄가을의 주말에는 정규시즌도 낮경기로 펼쳐지는 프로야구를 만나고 싶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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