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출연진들의 인기까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과 시청자 간의 유대이다.

리얼 버라어어티 포맷은 출연진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어떤 활동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장기간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고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박 2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 예능이다.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복불복 게임을 중심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여행지와 먹거리를 소개하고,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며 지역의 관광 특수를 일으키는 등의 공익적인 기능까지 수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변함없는 최고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중심인 MC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밝히며 논란이 되었고, 얼마 후 멤버 전원 하차 및 프로그램 종영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라면 예전에 떠났어야 했다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한창 인기 있던 2008년 후반기 즈음, 순간 시청률 50%에 가까운 경이적인 기록을 내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1박 2일이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바로 여행이라는 한정적인 포맷과 복불복 등의 게임이 반복되어 진부해졌으며 출연진들도 장기간 변화 없이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같은 포맷이지만 색다른 재미와 신선한 캐릭터로 무장한 패밀라가 떴다와의 경쟁에서 뒤로 밀린 적이 있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라면 이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패밀리가 떴다 또한 진부함과 지루함으로 하향 곡선을 타며 폐지하게 될 즈음에, 1박 2일은 다시 살아나 정상에 올랐다. 여전히 똑같은 포맷에 똑같은 출연진이었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색다른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유지했다. 현재 5년의 시간이 지난 1박 2일은 국민들에게 TV를 틀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편안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폐지는 어떻게 보면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가 떨어졌거나 진부한 포맷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려서 세대교체가 필요할 때 그만두는 것이 옳은 일이지, 여전히 최고의 재미를 제공해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MC의 하차 결정에 따라 폐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의 주인은 시청자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그 만큼의 책임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데, 시청자들에게 항상 사랑과 존경을 표한다는 강호동과 프로그램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여 새로운 도전을 한 엄태웅이나, 1박2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수근 등의 출연진들은 가만히 있다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리더의 자리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가는 자리임과 동시에 자신의 이익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인데, 1박 2일을 이끄는 리더의 이러한 책임의식의 부재가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폐지까지 몰아간 부정적인 결과를 이끌게 되었다.


6개월 후 폐지는 또 뭔가?

드러난 이유가 전부가 아니며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며 넘어가보자. 헌데 6개월 후 폐지는 보는 사람을 또 난감하게 만든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자신이 인어공주가 되어 옆에 머물러 있다가 조용히 거품이 되어 사라져준다는 주원에게 라임은 "이 바보야. 이 세상에 끝을 정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여자는 없어."라고 말한다. 무슨 잔여 시간 채우는 것도 아니고, 폐지할 것이라면 신속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미 사회적인 이슈로 프로그램의 위치는 흐지부지되게 만들어 놓고 프로그램을 반 년 간 더 만들어 가겠다는 것은, 이미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과 결속력을 잃은 시청자들에게 늘 불신의 눈초리만 받으며 방송 시간을 때우는 무의미한 행위의 지속일 뿐이다.


최악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으면

말 그대로 1박 2일의 6개월 후 종영은 최악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1박 2일이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잠정 폐지를 하지 않든가 폐지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짓고 시즌2나 기타 대체 프로그램에 대해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1박 2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순 없더라도 비난으로 끝나지는 않게,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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