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축구의 아이콘은 여전히 박지성입니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했습니다. 최근에는 재계약까지 성공하면서 2013년까지, 입단 후 8년 동안 맨유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습니다. 여전히 충분하게 '아시아의 자랑'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박지성입니다.

그의 그늘을 한국 축구에서 지워내기란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월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이었지만 많은 팬들은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박지성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0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대패하면서 '박지성이 있었으면 경기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박지성과 오랫동안 함께 한 무대에서 활동했던 '선배' 이영표가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 "박지성의 국가대표 복귀는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 박지성이 다시 국가대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한 것입니다. 물론 사견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그리 확대해석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2000년대 한국 축구 위상을 높이는 데 박지성과 나란히 큰 역할을 한 이영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뭔가 의미는 커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박지성 측은 "결코 국가대표에 복귀할 일은 없다"면서 딱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히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면서 대표팀 복귀는 절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언론이 확대 해석하여 발생한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어쨌든 박지성의 소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셈도 됐습니다.

▲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는 박지성 ⓒ연합뉴스
박지성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결심해 논란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팬들의 시선은 그 결정에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대표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만큼 남은 선수 생활은 오직 박지성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잦은 무릎 부상 때문에 시즌 중에는 한국을 비롯해 A매치를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도 힘든 상황인데, 서른 줄에 접어든 이제부터만큼은 그 스스로의 가치 상승을 위해 그냥 놓아주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는 그의 모습에 더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최근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을 때도 박지성에 대한 찬사,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박지성이 국가대표를 뛰지 않아도 오히려 맨유에서의 활약을 통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더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차범근 이후 맥이 끊겼던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2002년 이후 박지성, 이영표 등 새로운 개척자들의 등장으로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국가대표 선수 가운데 1/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그 비율이나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특출난 기술은 없어도 성실하고 활발한 활동량, 한국 축구의 표준과도 같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뚜렷한 강점을 보이며 맨유의 주축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활약상이 꾸준하게 이어졌으니 다른 유럽 팀들도 한국 축구 선수들에 눈독을 들였고, 이제는 심심찮게 주요 선수들의 유럽 진출 소식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 지난 1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포드 외벽에 붙어있던 현수막 맨유 대표 6명 중에 박지성이 자랑스럽게 있었다. (사진: 김지한)
많은 지도자들은 적어도 더 완벽한 환경이 국내에 갖춰질 때까지, 한국에서 벗어나 유럽 선진 무대에서 많은 선수들이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무작정 도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현지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고, 무엇보다 알게 모르게 아시아인들을 천대하는 문화적인 충돌도 극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초창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유럽 무대에 녹아들었습니다. 오히려 현지 팬들이 박지성의 활약을 동경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박지성 덕에 유럽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는 선수는 점점 많아졌고,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실력, 위상도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박지성이 은퇴할 때까지 계속 해서 맨유의 주축 선수, 아니 지금보다 더 큰 선수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대표는 은퇴해도 충분히 소속팀 활약을 통해 더 큰 선물을 한국 축구에 선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선을 다해 맨유에서 보기 좋게 은퇴를 했을 때 그만큼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꿈을 키워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좋은 선례로 남아 후대 선수들이 충분히 본받을 수 있는 계기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박지성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일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맨유에서 남은 선수 생활동안 제대로 뛰기를 다짐했습니다. 아직 2011-2012 새 시즌 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어느 해보다 더 발전된 기량으로, 더 높아진 입지 속에서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하는 팬들은 많습니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진정한 전설로 기억에 남는 박지성이 되기를, 그래서 한국의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영원한 캡틴박'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더 크게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박지성의 뜻을 이어받아 분위기를 다시 추스르고 더 높이 떠오르는 한국 축구가 되기를 역시 기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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