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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 뒤엎은 의협 파업, 보수언론은 정부 탓만조선·동아 등 "코로나 국면에 평지풍파 일으켜야만 했나"… 중앙 "코로나 역적 되지 말아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8.27 11:4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의사협회가 정부와의 잠정합의를 뒤엎고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의 파업을 강행하면서 언론 등지에서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보수언론은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27일 조선·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각각 <코로나 와중에 의대 증원 평지풍파 일으켜야만 했나>, <코로나 위기 외면한 정부-의협 힘대결, 모두 패자다>이다. 

26일 의사협회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의대정원확대·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한다'는 잠정합의안을 깨고 파업 강행을 결정한 직후 나온 사설들이다. 의협은 산하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반발이 일자 잠정합의를 파기했다. 전공의·전임의에 이어 일부 개원의들까지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정부는 수도권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전공의들은 불응하고 있다. 

8월 27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사·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 와중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 이어 전국 의사들이 어제부터 2차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형사 처벌' '의사면허 박탈'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면서 "방역붕괴, 의료 시스템 붕괴, 국민 심리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의료진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와중에 의사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의대 증원 방침을 밝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에 추진할 수는 없었나. 굳이 평지풍파를 만든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래 놓고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은 '환자 대(對) 의사'로 갈라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추진을 그만두고, 의사들은 치료 현장에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잠정합의안 내용을 감안했을 때 의대증원 정책을 의료계 요구대로 완전 철회하라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코로나19의 전국 확산 위기 속에서 그간 '치킨게임'이라 불리며 우려돼 온 정부와 의협의 대립이 현실이 된 것"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난 수개월간 의료계가 헌신적으로 전력투구하며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렇게 민감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요령부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상당수 언론에서는 의사들이 이제는 파업을 멈추고 의료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중앙일보는 사설 <의사들은 파업 멈추고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야>에서 "의사들은 '코로나 영웅'이어야지 '코로나 역적'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문제와는 별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다수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사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의사들의 명분과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끝내 파업 강행한 의료계, 국민 생명은 안중에 없나>에서 "정부가 공개적으로 정책 추진의 ‘중단’을 선언했기에 양보한 것이 명백한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최대집 의협 회장이 국무총리 간담회 이후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던 발언을 감안하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전문가들과 보건의료단체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과제이고 여론의 지지도 받고 있다"며 "의사 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고, 확정되지도 않은 ‘공공의대 입학 시민단체 추천 특혜’ 뉴스를 확산시키는 등 여론을 왜곡시키려는 듯한 의료계 일각의 행보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의협은 파업 개시 담화문을 통해 정부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는 '죄송스럽다'고도 했다"며 "'진정성 있는' 정부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파업을 선택한 의협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전공의들에게 절망을 느낀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는 법까지 무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의사들은 벼랑 끝 싸움으로 정부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하며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대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사들은 공공의료 강화라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은 필요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히려 의대 정원을 확대 시 '공급 과잉'을 주장한다. 7~8년 뒤면 현재 상태로도 OECD 평균을 넘는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OECD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통계를 보면, 한국은 한의사 포함 2.4명으로 평균 3.5명에 못미치는 최하위권 국가다.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는 7.9명, OECD 평균은 13.9명이다. 

의협은 저출산 문제를 들어 '공급과잉'을 지속 주장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는 얘기하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2017~2047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총인구 5136만명, 13.8%)에서 2025년 1000만명을 넘는다. 2047년에는 1879만명, 전체 인구 4891만명 대비 38.4%에 이를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뤄져 약 50년 후인 206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7%에 달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경향신문은 27일 기사를 통해 의료계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일부 전공의·의대생들을 조명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 전부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의사 수는 부족하고, 의료계가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논의 없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본질이 '집단이기주의'라고 보는 전공의들도 있었다.

경향신문 8월 27일 <의사 수 충분 주장 동의 못해… 파업의 본질은 집단이기주의>

정부의 의대정원확대 방안이 미비하다는 지적은 의료계 파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4일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의대증원 안이 문제가 많고 잘 봐줘야 미미한 개혁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공의사 양성과 거리가 먼 사립의대-민간병원 중심 의사증원 안이고, 공공의과대학 정원은 너무 적은 반면, 화장품·의료기기 산업체 의사 ‘의과학자’ 양성까지 끼워 넣어진 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의협은 "의사협회는 의료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고 공공의대 신설조차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 남짓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것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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