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언론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코로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광화문 집회'는 사태의 근본 원인이 아니고, 미래통합당은 관련이 없고, 민주노총 집회에는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양성률은 21.7%로 전체 양성률(지난주 기준 0.64%)의 34배에 이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광화문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광화문 집회 참석자 조사도 난항을 겪고 있어 방역당국이 익명검사 도입 등을 예고한 상태다. '광화문 집회' 광고를 게재하고, 전광훈 목사를 합리적 보수 스피커로 키운 보수언론이 '코로나 정치'라는 정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월 25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의 '코로나 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안 목사 글 중에는 "집합을 하지 말라는 것은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라'는 뜻이다.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하지 말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의 벗이 되라는 말"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이에 25일 조선일보는 사설<文 "모여 선동하고 힘자랑 말라", 민노총에 먼저 말해야>에서 문 대통령이 광화문 집회를 겨냥한 말을 했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말을 가장 먼저 들어야 할 대상은 '모여서 선동하고 폭력을 마구 행사하는' 민노총"이라고 주장했다. 광화문 집회와 같은 날 이뤄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생한 것을 두고 한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여권은 '광화문 집회가 전국적 감염 확산의 뇌관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인근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서 "보건복지부는 '두 집회 감염 위험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명이 참석해 춤추고 노래도 불렀는데 기자회견이란 이름만 붙이면 위험도가 떨어진다는 건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2차 확산의 정부 책임을 숨긴 채 코로나 정치에만 여념이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이 헌법상 기본권 제한을 꺼냈다며 이를 비판하는 통합당 주장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기사 <문 대통령 방역 올인, 기본권 제한 꺼냈다>에서 "종교나 집회의 자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까지 언급했고, 특정 뉴스를 거론하지 않은 채 '가짜뉴스 유포는 공동체를 해치는 범죄'라고 단정한 것은 논란을 부를 전망"이라고 했다.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마치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종교·집회·표현의 자유로 몰고 가고 있다"는 한 통합당 중진 의원 말을 전했다.

중앙일보 8월 25일 1면

중앙일보는 사설 <'코로나 정치' 중단하고 '코로나 방역' 집중해야>에서 "특히 방역에 사활을 걸어야 할 여당이 야당 공격을 통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통합당은 이미 공개적으로 광화문 집회 세력과 선을 그었고, 집회 참가자들의 검진을 촉구한 바 있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전·현직 통합당 인사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전 목사 등 보수개신교계가 통합당과 함께해 온 역사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집회에 대해 "야당하고 무슨상관이냐"고 말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또 같은 날 집회를 한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도 확진자가 나왔고, 신규 확진자 상당수는 커피숍·PC방 등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34명이 새로 확인돼 875명으로 늘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도 늘어 누적 176명이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광화문 집회 참석자의 자발적인 검진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검사거부, 연락두절, 행방불명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 <코로나 위기마저 정치공세 도구로 삼을 건가>에서 "여당이 전 목사와 통합당을 엮어 총공세를 펴는 양상"이라며 "여당은 과거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전 목사와 밀접했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지만 김종인 현 위원장 체제는 일찌감치 전 목사 측과 선을 그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 체제의 통합당은 뒤늦게 전 목사 등과 선을 그었다. 광화문 집회 이전부터 통합당은 입장과 역할을 요구받았지만 집회가 종료되고,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18일이 되어서야 관련 입장을 내놨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회 메시지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오늘도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다" 등의 말을 했다. 민경욱, 김진태, 차명진, 홍문표 등 전·현직 통합당 의원 및 지역위원장들이 '광화문 집회'를 참여·독려했다.

이날 한겨레 김이택 대기자는 칼럼 <우물에 독 퍼부은 자, 그 옆의 바람잡이들>에서 "목사라는 전씨의 발언과 행태는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궤변과 기행에 맞장구쳐주며 ‘극우’에 한표를 구걸했다"며 "전씨 일파가 온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 푸는’ 걸 방조하던 언론이 이젠 ‘코로나 정치’ 운운하며 대놓고 감싼다"고 비판했다.

김 대기자는 "노조나 진보단체 집회엔 사소한 시빗거리도 침소봉대해 비판하던 <조선일보>는 청와대 앞에서 각목 휘두르며 난동 부리는 전씨 일파를 두둔하고 나섰다"며 "‘폭력집회’라 비판하는 여당을 오히려 비난했다. 그러고는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이 아니다…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전면 인터뷰로 그의 망동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기자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일정을 잡자 조·중·동은 다시 이들에게 지면을 내줬다. 집회 뒤엔 ‘정부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가짜뉴스 광고까지 실었다"면서 "연일 ‘코로나 정치’라며 방역 문제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해도, 정부 공격에 맞장구치느라 ‘정치 목사’의 ‘바이러스 테러’까지 감싸는 게 과연 언론이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20일 조선일보 32면, 중앙일보 32면, 동아일보 30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위)과 8월 14일자 조선일보 28면, 32면 전면광고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광화문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총 36회의 집회 광고를 실었다. 전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에 당선된 2018년부터 조선일보에는 전 목사, 한기총 관련 애국집회 광고가 실려왔다. 광화문 집회 하루 전날 조선일보, 국민일보에는 집회 홍보와 각 지역별 버스 담당자 연락처가 적시된 포스터가 전면광고로 게재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광고에 실린 전국 담당자들 상당수가 개신교 목사로 파악됐다. 20일 조선·중앙·동아일보에는 전 목사의 '코로나19 통계 음모론'이 담긴 입장문이 전면광고로 실렸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통해 전 목사를 '합리적 보수'로 그리기도 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7일 전 목사 인터뷰 기사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막아야 한다">를 게재했다. 전 목사는 이 기사에서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어떡하든 날 죽여보려는 거다"라며 "지금껏 80차례 고발당했다. 작년에 공직선거법 위반을 빼면 다 무혐의다. 언론들도 달려들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왔지만 꿈쩍 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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