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열대과일 스타애플이 들어간 착즙 주스를 판매하면서 “사과가 들어갔다”고 시청자를 속인 홈쇼핑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GS SHOP 과징금,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2월~6월 GS SHOP·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SK스토아·신세계쇼핑·K쇼핑·롯데OneTV는 리타ABC 착즙 주스 판매방송을 진행했다. ABC주스는 사과(Apple)·비트(Beet)·당근(Carrot)의 앞글자를 따 온 것으로, 내장지방 제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 홈쇼핑사가 판매한 ABC주스에 사과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조사는 공급 차질을 이유로 사과 대신 열대과일 스타애플을 넣었다. 스타애플은 사과와 외관만 비슷할 뿐 별개의 과일이다. 제조 공장인 베트남에선 스타애플이 사과보다 저렴하다.

리타ABC주스 첨가 과일을 사과 소개하는 홈쇼핑사 (사진=11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GS SHOP, 현대홈쇼핑, 신세계쇼핑, 롯데홈쇼핑 방송화면 갈무리)

홈쇼핑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쇼호스트는 상품을 소개할 때 “사과가 들어갔다”며 사과 모형물·사진을 제시줬다. 2~3월경 수입사는 홈쇼핑사에게 “제품에 사과가 아닌 스타애플이 들어갔다”고 알렸지만, 홈쇼핑사는 계속해서 “제품에 사과가 들어갔다”고 소개하고 ‘사과/스타애플’이라는 자막을 게재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표시 광고 위반 사실을 알렸고, 경인식약청은 수입업자·통신판매업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방통심의위는 홈쇼핑사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리타ABC주스를 판매방송을 최초로 진행하고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GS SHOP는 과징금,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은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T커머스인 SK스토아·신세계쇼핑·K쇼핑·롯데OneTV에는 법정제재 경고가 내려졌다.

심영섭 위원은 “GS SHOP는 2월 14일 제품에 사과 대신 스타애플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방송을 수정하지 않았다”면서 “품질 보증에 대한 노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숙 위원은 “마치 70년대 방송이 도래한 것 같다”면서 “사실과 다른 허위·기만 방송에 대한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해당 방송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11일 채널A와 MBN은 집중적으로 사과·비트·당근 혼합주스 효능을 소개했다”면서 “이후 홈쇼핑사가 상품화된 ABC주스를 판매했지만 제품에는 사과가 들어가지 않았다. 스타애플은 카로틴 성분이 사과와 비교해 현저히 적은 과일”이라고 설명했다. 허 부위원장은 “7개 방송사 모두 ‘진실할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이들은 수억~수십억의 수익을 얻었지만 소비자 피해 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사과, 스타애플 (사진=게티이미지)

홈쇼핑사는 “스타애플과 사과가 다른 과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GS SHOP은 의견진술에서 “사과와 스타애플이 다른 과일이라는 게 명확한데, 당시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3월 사과 대신 스타애플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지만 아오리사과와 비슷한 것이라고 믿었다”고, 현대홈쇼핑은 “스타애플이 베트남 사과의 일종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사과와 스타애플이 다르다는 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것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홈쇼핑사를 시청자가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강진숙 위원은 “베트남에 여행 가본 직원 한 명만 있었어도 검증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면서 “이번 방송에 대한 내부 문제제기가 없었어도 문제, 있었어도 문제”라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은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다”면서 과징금·관계자 징계 등 중징계를 건의하지 않았다. 박 위원은 “방송사가 의도적으로 담합한 건 아니다”라면서 “스타애플이 사과보다 더 좋은 부분이 있다. 영양소 측면에서 소비자 피해가 가볍거나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이번 사건은 방송사의 실수”라면서 “소비자의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중징계를 내리면) 방송사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자막을 사용한 SBS funE ‘왈가닥뷰티’

한편 방통심의위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자막을 사용한 SBS funE ‘왈가닥뷰티’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확정했다. SBS funE ‘왈가닥뷰티’는 6월 22일 “들어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고 노무’는 일간베스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SBS 측은 지난달 의견진술에서 “외주제작 PD가 대구 출신으로 지역 사투리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재영 위원은 “방송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고 노무’ 표현에 대해 몰라도 문제, 알았다면 더 문제다. SBS가 일간베스트 용어를 사용해 13번 심의에 올랐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심영섭 위원은 “SBS는 일간베스트 용어 사용 논란이 나올 때마다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번 방송은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방송이다.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은 “PD가 알고 한 건 아닌 것 같다”면서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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