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찾아온 미국 박스 오피스 소식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 영화는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입니다.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은 다들 잘 아시는,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결말 중 하나로 꼽히는 <Planet of the Apes>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말하자면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은 어떻게 해서 지구가 유인원에 의해 점령이 되는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개봉 전에는 과연 어떨지 우려가 컸는데 뜻밖에도 반응이 굉장히 좋더군요. IMDB에선 현재 8.0, 로튼 토마토에선 8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정식 개봉을 앞두고 먼저 며칠 동안 유료 시사회가 개최된 국내에서도 많은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박스 오피스 성적에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은 개봉 첫 주말에 5천만 불을 넘는 수입을 올린 데 이어, 2주차 주말에는 2,750만 불을 벌어들이면서 단숨에 총 수입이 1억 불을 넘어섰습니다. 한 가지 의외인 점은, 이토록 호평을 얻은 영화가 동기간 대비하여 악평을 면치 못했던 2001년작 <Planet of the Apes> 리메이크의 성적(약 1억 2,400만 불)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려 10년 전의 작품보다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죠. 아마도 <Planet of the Apes> 리메이크의 경우에는 관객의 기대치가 많이 반영됐을 테고, 감독이 팀 버튼이란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듯합니다.

2위는 <Easy A>에서 호연을 보여줬던 엠마 스톤의 신작인 <The Help>입니다. 캐스린 스토켓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제작한 이 영화는, 1960년대 미시시피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주인공 스키터가 몇몇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종차별을 비롯한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파헤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으레 연상하게 되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진 사회고발적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꽤 밝고 경쾌하게 다루고 있네요.

호평을 받았던 소설만큼 영화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며 흥행에서도 성공적인 편입니다. 수요일에 개봉한 <The Help>는 주말에만 2,500만 불 이상의 수입을 올리면서 2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엠마 스톤의 <Easy A>가 개봉 첫 주말에 벌어들였던 것보다 높은 금액입니다. 아울러 근래에 여성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됐던 <줄리&줄리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그것보다도 더 성공적인 데뷔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그만 나와도 좋을 법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속편이 3위로 데뷔했습니다. 3위를 차지한 걸 보면 아직도 이 시리즈가 먹히긴 먹히나 봅니다. 하긴 킬링타임용 영화로 삼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합니다. 하지만 첫 주말에 기록한 수입이 3, 4편에 미치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 약발은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관객수로 따지면 역대 시리즈 중에서 최하에 머물고 있습니다. 뭐 이 영화의 내용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되겠죠?

오~ 흥행이 비관적일 것으로 보았던 실사판 <스머프>가 4위군요. 그것도 개봉 3주차인 시점에 4위인 걸 보면 흥행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입도 1억 불을 돌파했고 말이죠. 다만 제작비가 1억 1천만 불이라는 점이 걸리는군요. 결국 <스머프>는 극장 개봉에 따른 수익을 해외에서의 성적에 기대야 할 운명입니다.

5위는 <소셜 네트워크>로 작년 한 해를 뿌듯하게 보냈을 제시 아이젠버그의 신작 코미디 <30 Minutes or Less>입니다. 개봉 첫 주말의 성적으로 보면 평작이지만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기다려지는군요. 왜냐하면 <30 Minutes or Less>의 감독이 다름 아닌 <좀비랜드>의 루벤 플레이셔입니다. 그가 제시 아이젠버그와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이 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나저나 <좀비랜드 2>는 언제 만들지? 만들긴 만드는 건가?

역시 <카우보이&에일리언>은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군요. 개봉 3주차를 맞이했지만 아직까지 제작비의 절반도 벌지 못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해리슨 포드 그리고 존 패브로는 이제 어쩔... 개인적으로는 연출방향을 <아이언맨>과 동일하게 가져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지나치게 정색하는 게 역효과 아니었을까요?

7위의 <캡틴 아메리카>도 흥행이 썩 좋진 않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편이네요. 어쨌든 개봉 4주차에 제작비를 돌파하는 데는 성공했고, 현재까지 전 세계 흥행을 합치면 약 2억 8,500만 불입니다.

스티브 카렐과 라이언 고슬링, 줄리안 무어가 출연한 코미디 <Crazy, Stupid, Love>가 8위입니다. 세 사람 외에도 엠마 스톤, 마리사 토메이, 케빈 베이컨 등도 보이는군요.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에 비하면 개봉 3주차에야 제작비인 5천만 불을 넘어선 흥행은 부진합니다. 스티브 카렐의 전작인 <Dinner for Schmucks>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해리 포터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방금 확인해보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가 개봉 첫 주말 성적에서 <다크 나이트>를 누르고 역대 1위에 올랐었군요. 해외에서의 성적 또한 <캐리비안의 해적 4>를 누르고 역대 1위입니다. 아무래도 길고 길었던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니 당연한 결과겠습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는 개봉 첫 주말 성적은 물론이고 총 수입 또한 시리즈 사상 최고의 금액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흥행수입은 약 12억 1,500만 불로 역대 3위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의 성적은 17위에 그쳤습니다. 이젠 하향세가 커질 시점이라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10위는 제이슨 베이트먼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한 <The Change-Up>입니다. 개봉 2주차에 무려 6계단을 하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흥행성적은 암담합니다. 친구관계인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인데 이제 좀 식상하죠.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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