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기안84 논란은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논란의 공통점이 모두 '사회적 약자 혐오'라는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 혐오의 대상이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안84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혐오'를 '풍자'라고 인지하는 상황에서 변화가 요원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기안84 스스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왔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모르는 듯하다. 알고 있다면 이런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수는 없다.

소속사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단 점이 심각하다. SM이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스틱스토리 소속이라는 점은 강력함으로 다가온다. 이제 거대 기획사는 직접 제작에 나서고, 방송사 편성권까지 흔들 정도로 강대해졌다. 다매체 시대가 되며 오히려 방송사보다 더 강력한 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는 모두가 알고 있듯, 포털사이트다. 이제는 콘텐츠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많은 기획사들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면 두렵게 다가올 정도다. 집중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다양성은 그만큼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중인 기안84 (사진=MBC)

기안84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지며 수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 게시판은 하차요구로 뜨거웠고, 네이버 웹툰에도 기안84 작품의 연재 중단을 요청할 정도다. 나아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기안84에 대해 웹툰과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올라왔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그가 이번 한 번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장애인 비하를 시작으로 반복적으로 '혐오'를 앞세운 웹툰을 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은 급하게 사과를 하며 '혐오' 관련 내용 등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삼겠다는 이야기는 했다. <나 혼자 산다> 측은 기안84와 관련해 그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수수방관 중이라는 의미다. 과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방송을 통해 사과하고 지속해왔던 전적이 있다. MBC는 이번에도 소나기만 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기안84를 좋아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가 왜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굳이 그가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인 <여은파>의 성공이다. 아직 '숏폼'으로 제작되어 유튜브에 먼저 공개하지만, 부캐로 활동하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의 일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진이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방송 중 우연하게 만들어진 이들의 부캐는 그렇게 확장하며 무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방식에 정체되지 않은 채 새로운 시도를 하면 당연히 많은 이들이 반길 수밖에 없음을 <여은파>는 잘 보여주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 촬영 현장 스틸 컷 (사진=MBC 예능연구소)

기안84가 개인 일정으로 이번 주 녹화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MBC는 현재의 논란에 대해 귀 막고 눈 감고 있는 걸까? 제작진의 모호한 태도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출연하는 스타들을 위함이 아니다. 최종 소비자인 시청자들을 위해 그들은 존재한다.

이제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나 혼자 산다> 측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제작진의 수수방관에 시청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체감되지 않겠지만, 한번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사라지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비단, 기안84만의 문제가 아니다. 혐오 표현은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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