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8·15 광화문 집회'의 책임선상에 미래통합당과 조선·국민일보 등 언론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목사,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를 '보수 스피커'로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기독교 반공주의는 보수 개신교단의 뿌리 깊은 병폐다. 종교적 광신을 정치에 투사하는 사람들이라 앞으로도 계속 사고칠 것"이라며 "저 인간들하고 놀아난 게 황교안 체제까지의 통합당이었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화문 집회'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통합당은 집회 종료 후 3일이 지난 지난 18일이 되어서야 전 목사와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여권의 유치한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전 목사와 통합당은 관계가 전혀 없고,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당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집회 메시지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오늘도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에 민경욱, 김진태, 차명진, 홍문표 등 전·현직 통합당 의원 및 지역위원장들이 참여·독려한 것과는 별개로 통합당은 전 목사 등 보수개신교계와 함께 대여투쟁을 해 온 역사가 있다. 특히 전 목사의 경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친분을 통해 '극우 아스팔트' 진영의 아이콘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 목사는 2005년 설교 중 이른바 '빤스 발언'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대부터 '애국집회' 참석 등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이어온 그는 2018년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되면서 보수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후 한기총의 이름을 걸고 집회에 참석해 극우세력 대표 인사로 자리잡았다.

그런 전 목사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진 것은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이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3월 한국당 대표 취임 직후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한기총을 방문해 "목사님들께서도 우리 1000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전 목사는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20일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포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을 때, 가장 먼저 전 목사를 찾았다. 황 대표는 전 목사가 있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청와대 앞 농성 현장을 찾아 발언했고 전 목사는 이를 계기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 목사 손을 맞잡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함께 연단에 올라 '전광훈·한기총 만세' '황교안·한국당 만세' 등 만세 삼창을 했다. 황 대표는 단식 5일째에 다시 전 목사가 주재하는 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KBS 보도로 황 대표와 전 목사 간 관계가 알려졌다. 2012년 전 목사가 전국 강연을 돌며 "총선에서 기독교계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황 대표는 그의 변호인이었다. 같은 해 전 목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에도 황 대표가 그의 변호를 맡았다. 황 대표는 2013년 법무부장관, 2015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변호사 활동 선임계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전 목사 관련 사건 등 19건의 사건 수임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전 목사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총괄대표로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 선거운동 기간 전 전국 집회를 돌며 "총선에서 자유 우파세력이 200석 이상 차지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등 특정 정당(자유한국당 등) 지지를 호소한 혐의다. 지난 4월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붙여 전 목사를 보석 석방했다.

20일 조선일보 32면, 중앙일보 32면, 동아일보 30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위)과 8월 14일자 조선일보 28면, 32면 전면광고

다른 한편, 일부 언론은 광화문 집회를 홍보하는 광고를 실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광화문 집회 하루 전날 조선일보, 국민일보에는 집회 홍보와 각 지역별 버스 담당자 연락처가 적시된 포스터가 전면광고로 게재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광고에 실린 전국 담당자들 상당수가 개신교 목사로 파악됐다. 20일 조선·중앙·동아일보에는 전 목사의 '코로나19 통계 음모론'이 담긴 입장문이 전면광고로 실렸다.

조선일보가 전 목사 등 보수개신교계 광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에 당선된 2018년부터 조선일보에 실린 전 목사, 한기총 관련 광고는 다음과 같다.

2018년부터 조선일보에 실린 전광훈 목사, 한기총 관련 광고

이번 광화문 집회의 경우 이미 두 달여 전부터 관련 광고가 계속되어 왔고, 2018년부터 '애국집회' 광고가 이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전 목사는 2019년 11월 30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서 조선일보를 향해 "내가 조선일보 당신들 밥 먹여 살려 주잖아. 광고 엄청 하는데 왜 당신들이 나를 죽이는 기사를 쓰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통해 전 목사를 '합리적 보수'로 그리기도 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7일 전 목사 인터뷰 기사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막아야 한다">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고발당한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며 다음과 같은 전 목사 발언을 전했다.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닙니다. 어떡하든 날 죽여보려는 거지. 전광훈 하나만 죽이면 조용해진다는 거죠. 지금껏 80차례 고발당했어요. 작년에 공직선거법 위반을 빼면 다 무혐의입니다. 언론들도 달려들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왔지만 꿈쩍 안 합니다."

조선일보 2019년 10월 7일 <[최보식이 만난 사람]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3년 전 국정 농단 촛불집회의 구호는 '이게 나라냐'였지만, 이번에는 '이건 나라냐' 구호가 보였다. 박근혜 정권을 극복하고 진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퇴행했다는 뜻"이라며 "참석자 연령대는 낮아졌고 특히 주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주부들이 몰려나온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났구나, 7시간 가까이 집회 현장을 돌며 관찰한 내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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