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방송사업자 허가·승인 시 심사계획을 심사일 한 달 전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정치권 예속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통합당은 올 상반기 재승인을 받은 TV조선·채널A에 대한 심사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박성중 등 통합당 의원 10인은 18일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방송사업자 허가·승인·재허가·재승인 심사를 할 때 심사계획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심사일 1개월 전까지 보고하도록 하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고해야 할 심사계획으로 ▲심사위원회 운영계획과 구성기준·명단 ▲심사항목 및 배점기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심사계획 등을 포함시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권언유착 의혹' 긴급현안질의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모습. 박성중 통합당 간사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상 심사기준과 심사결과는 일반 국민에게 공표되고 있지만 심사계획과 심사위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방송사업의 허가 또는 승인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자의적으로 심사계획을 작성하고 그 심사계획에 따라 심사위를 편향적인 인사로 구성·운영함에 따라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결과 방송사업자에게 심대한 부담을 주어 방송사업 경영의 안정성 확보와 공정 보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등 통합당 과방위 의원들은 지난 4월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채널A의 경우 재승인 기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재승인이 미뤄진 것 아니냐며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한상혁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박 의원은 "채널A는 650점 이상 재승인 점수가 나왔는데 MBC에서 보도가 나니 재승인을 미뤘다. TV조선은 650점 이상 나왔는데 한 개 과락이라는 이유로 미뤄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통합당 박대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심사하면서 종편사들이 꼬리를 내렸다. 종편의 보도까지 방통위가 개입한 것"이라며 방통위가 선거중립을 위반했다고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후보자가 TV조선과 채널A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종편을 죽이겠다는 위원장 생각이 담겼던 것 같다"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이 친여성향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3월 26일 연합뉴스TV, YTN,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점수를 발표했다. TV조선은 주요심사사항인 공정성 부문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 재승인 거부·조건부 재승인 대상에 올랐고 청문절차를 밟아야 했다.

또한 방통위는 3월 26일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PP에 대해 승인유효 기간 등을 고려, 재승인을 의결하고, 종편PP인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안건은 추후 처리하기로 했다. 특히 방통위는 채널A가 청문 대상 사업자가 아니고, 종편PP 특성을 고려한 공통 조건 및 권고사항 등에 대한 논의와 확정과정을 거쳐 추후 재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겨도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두 보도PP의 승인유효기간은 3월 31일까지였으며 두 종편PP의 승인유효기간은 4월 21일까지였다. 이 과정에서 3월 31일 MBC 첫 보도가 이뤄졌다. 채널A는 방통위에 의견진술을 스스로 요청,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청문이 4월 9일 이뤄졌다. 언론시민사회 등에서는 TV조선·채널A에 대한 방통위의 재승인 거부를 촉구했으나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김병민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박 의원의 이번 법안 발의는 통합당이 새 정강·정책 발표를 통해 방통위의 정치독립성을 담보하겠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개혁' 방안으로 ▲방통위의 실질적인 정치적 중립 담보를 위한 위원구성안 개편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적 중립성 확보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 폐지 ▲TV수신료 폐지 ▲권력의 언론개입 사건 중대범죄 규정 및 공소시효 폐지 등을 제시했다.

김병민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은 "권력이 대한민국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언론의 독립성·공정성·객관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어떤 권력을 막론하고 여당과 야당, 진보·보수를 떠나 언론의 자유가 온전하게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대적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근래 방통위원 추천과정에서 추천 몫 2명 모두를 자당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치적 후견주의를 강화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정치권 추천 몫을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결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법안 논의가 일었으나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은 여야 정치권 추천 비율을 재조정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고수했다.

한편, 통합당은 방통위라는 독립기구의 장인 한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지상파 중간광고, KBS 경영혁신방안 등 방송정책을 논의했다며 '불법 비밀 회동'을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방송 분야 등에 대해선 정부의 감독권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방통위는 당정청 협의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KBS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 해소, 국내외 OTT 현황 및 정책추진 방향, 텔레그램 n번방 관련 디지털 성범죄 근절 후속대책 등 방송·통신분야 민생정책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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