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의 핵심키워드는 바로 '기술 축구'입니다. 화려한 패싱 축구와 빼어난 조직력으로 유로와 월드컵을 제패한 스페인, 어렸을 때 환경부터 '즐기는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을 섭렵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축구가 세계적인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적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클럽 축구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탄탄한 개인기를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팀'으로 몇 년째 정상에 올라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발전을 진행해 오던 기술 축구가 마침내 힘을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춰 한국 축구도 서서히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지난해 부임하면서부터 축구대표팀은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기존 스타일 대신 패스, 스피드 위주의 기술 축구를 접목한 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가운데서도 '기술 축구 열풍'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개인 기술만 익히며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진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18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 2년 만에 함부르크 SV 주축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기성용, 이청용 역시 기술을 강조한 스타일로 이른 나이에 대표팀 주축으로 떠오르고, 유럽 무대에 진출해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입니다.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 클럽, 초,중,고교 팀에 이르기까지 기술 축구의 확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 축구, 패스 축구만이 축구에서 완벽하게 이기는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이 뛰는 축구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펼치는 축구가 더 많은 찬사를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술이 갖춰져 있고, 여기에 힘과 정신력이 가미된다면 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하는 팀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근래 들어 선진축구를 배우자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면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다지기보다 곧바로 경기에 투입시켜 성과, 결과에만 집착하는 축구 문화가 아직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투혼, 의지, 팀 정신 등을 두루 배우는 반면 특징을 살린 개인기를 갖춘 선수들이 축구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이는 중,고등학교,대학 또는 성인 무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하나의 문화로 뿌리 박혀있습니다. 뿌리가 그러하니 고쳐야 하는 관행을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서서히 바뀌고 확산되다보면 분명히 흐름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서서히 기본기를 중시하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기술 축구의 뿌리를 다질 수 있는 무대가 올해부터 모습을 드러내 서서히 정착되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2011 현대자동차 KFA 유소년 클럽 리그가 그 무대입니다.
어렸을 때 배운 기술적 능력을 키워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갔을 때, 또 다른 이청용, 손흥민이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기술 축구에 눈을 뜬 선수들도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시작된 유소년 클럽리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며, 앞으로 기술 축구가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한국 축구의 틀을 깨는 면에서 '기술 축구'로 변화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뿌리가 되는 무대가 탄탄하게 갖춰지고,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무대는 더욱 성장할 것이고, 한국 축구의 진정한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기술'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떠오른 가운데서 새로운 희망이 될 유소년 클럽 리그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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