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호동의 <1박2일>하차 소식은 종편 방송과 맞물리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다른 방송도 아니고 예능 부동의 시청률 1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 표명 사실에 많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종편 수십 억 이야기를 꺼내들기 시작했습니다. 번복하지 않는 한 강호동의 하차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고, 그를 대신할 메인 MC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수근과 이승기, 누가 포스트 강호동이 되는가?

많은 <1박2일> 시청자들은 여전히 강호동의 하차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서명 운동을 통해 그가 계속 방송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강호도의 하차는 시기만 남아있을 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합니다.

흥미롭게도 <1박2일 폭포 특집>이 3주 편성이 되면서 많은 이들은 포스트 강호동이 누가될까에 대해 집중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강호동이 물러난다면 누군가는 메인 MC 역할을 해야 하고, 외부인 영입보다는 내부 멤버가 그 자리를 맡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3주 동안 진행된 폭포 특집은 국내에 있는 멋진 폭포들을 한꺼번에 둘러 볼 수 있는 멋진 기획이었습니다. 특집답게 최대한 많은 폭포들을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자 홀로 여행을 하게 되고, 그렇게 떨어져 있는 시간들을 통해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은 강호동의 하차와 맞물리며 마치 이별 여행을 위한 정리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좋아하는 레이스를 시작으로 제주도에 있는 엉또 폭포를 찾아갑니다. '부자와 가난'으로 나뉜 그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상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돈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신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강호동의 예능 직무유기론은 그의 하차 표명과 함께 무게를 가진 발언으로 다가옵니다. "예능에서 배신을 하지 않으면 이는 직무 유기와 같다"는 강호동의 발언은 그저 '폭포 특집'에 그치지 않고 예능을 대하는 그의 입장이 그런 것은 아니냐는 의견으로 모아져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엉뚱한 상상과 도발적인 전개가 이어진 <1박2일>은 제주도 엉또 폭포가 마지막이 아니라 그것이 시작이었다는 반전으로 흥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전국에 산재한 여섯 개의 폭포를 멤버들의 복불복으로 찾아가는 이번 미션은 다시 한 번 개인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 개인 여행에서 서로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라디오 사연 보내기는 자사 프로그램 홍보와 함께 <1박2일> 멤버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형태로 많은 의미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라디오 사연이 방송으로 나오기 전 강호동의 하차 표명이 사실로 드러나며 사연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연과 과거 발언들을 통해 강호동의 직무유기에 날카로운 비난을 이어가는 것도 현재의 모습입니다.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이번 '폭포 특집'의 마지막 방송에서 '포스트 강호동'이 누구인지 혹은 제작진들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입니다. 강호동이 자진 하차를 하게 되면 이승기,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 은지원이 남게 됩니다.

이 중 메인 MC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는 이수근과 이승기가 전부입니다. 김종민으로서는 여전히 완벽하게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언감생심이 될 수밖에는 없고, 게임 지능은 뛰어나지만 메인 MC감은 아닌 은지원도, 뒤늦게 합류해 아직 예능 적응 중인 엄태웅이 중요한 자리를 맡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남은 이수근과 이승기가 강호동의 역할을 하거나 나눠서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일요일 방송을 보면 제작진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방송 전체를 봐도 이승기에 대한 믿음과 그가 보여주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수근은 개그맨 출신으로 순발력이 뛰어나고 재미있으며 책임감도 남다르지만 그가 포스트 강호동의 존재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벼운 말장난과 상황에서 돋보이는 개그 감각이 <1박2일>에 중요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가 포스트 강호동을 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수근과 달리, 강호동과 함께 <강심장>을 진행하며 예능 MC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은 이승기야말로 포스트 강호동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떠오릅니다. 아니 다른 대안이 없을 정도로 강호동이 떠난 자리를 메워줄 존재는 이승기밖에는 없다고 이야기하듯, 방송은 이승기의 예능 역사와 함께 그의 마음 씀씀이, 진행 방식과 과정 등을 상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1박2일>을 하기 전 예능에 출연해 그 부담감으로 탈모 증세까지 있었던 이승기가 이 방송에 출연하면서부터 예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예능 황제'라는 칭호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물론 막내의 한계와 '허당 승기'라는 문제가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진행 솜씨만을 따져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명석한 두뇌와 출중한 상황 판단력, 비교 불가의 대중 호감도, 그리고 3년을 넘기며 익숙해진 <1박2일>의 패턴 등 포스트 강호동으로서 이승기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수근으로서는 예능 MC로서 자질을 아직 검증받지 못했고 포스트 강호동을 맡을 정도로 확실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이승기보다 더욱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기에, 강호동 하차 이후 <1박2일>의 메인 MC자리는 이승기일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물론 이수근과 은지원, 그리고 김종민과 엄태웅이 보조 MC로서 막내를 도와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의도인지 의도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강심장>을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이승기를 선택한 강호동은 어쩌면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연이 당첨되어 일본 여행 특전을 받게 된 이승기가 이수근과 함께 보여줄 <1박2일 일본 편>은 그의 메인 MC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공항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의 환호와 함께 박찬호를 만나게 될 <1박2일 일본 편>은 이승기로서는 포스트 강호동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여행이 될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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