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시즌2로 돌입하는 분위기이다. 명예졸업제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기존 멤버들이 하차하고, 새로운 멤버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에 있다. 바비킴과 김현철 등이 출연할 전망인 가운데 이번에도 이슈거리를 하나 만들어냈다. 바로 효린의 투입설이다. 신PD는 나가수에 투입되자마자 작정한 듯 아이돌 출신도 나가수에 나와야 한다고 외치며 옥주현을 무대에 세웠다. 때문에 옥주현은 백만 안티를 얻으며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고, 나가수 사상 최초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수가 되었다. 옥주현은 인지도라도 쌓아서 다행이었겠지만 나가수로서는 치명타를 입었다. 힘겹게 쌓아온 나가수 무대의 진정성과 브랜드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효린의 투입설로 인해 사람들은 또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정말 좋은 무대가 되어 레전드들만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 듯싶었는데, 이젠 타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가수의 차별화는 고급화에 있었다. 일반인들의 오디션 경쟁이 아니라 숨은 고수들을 소개해주는 공간이었다. 보통 발명가는 마케팅을 못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팔지 못한다. 반면 마케터는 좋은 제품을 만나지 못하면 안 좋은 제품을 잘 파는 사기꾼이 되고 만다. 방송은 매체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최고의 마케팅툴이다. 그런데 그동안 음중이나 뮤뱅은 마케팅만 잘하는 방송에 불과했다. 나가수는 자신을 마케팅할 줄 모르는 제품을 잘 만드는 발명가들,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어 마케팅을 해 준 것이다. 최고의 무대로 말이다. 최고의 가수와 최고의 마케팅이 만나니 업계의 판도는 180도 바뀌었다. 모든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신정수PD 투입 이후 이 마케팅은 조금씩 사기가 되어가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정수PD는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왜 아이돌을 투입하려 안달일까? 아마도 롱런하기 위해선 시청자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인정받는 무대를 만들어야 섭외 범위도 넓어지고, 나아가 나가수가 아이돌을 깎아내리는 프로가 아니라 아이돌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다. 아이돌도 나가수에서 음중이나 뮤뱅처럼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은 그동안 메이저와 마이너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이 나와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의 무대와 나가수의 무대는 타겟층이 명확하게 다르고, 무대의 퀄러티도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나가수는 수십 년간 가수를 해오면서 쌓인 내공과 연륜이 있는 무대이고, 불후의 명곡은 아직 인생의 경험조차 짧은 아이돌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연륜이라는 장벽을 아무리 천재라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효린은 불후의 명곡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었고 노래도 정말 부른다. 하지만 나가수 무대에 오르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아무리 효린이 난다 긴다 해도 임재범, 조관우, 장혜진, 김건모, 박정현, 김범수, 윤도현, 김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옥주현과 효린을 비교해도 옥주현에 효린은 가당치도 않다.

신정수PD가 깨려는 고정관념은 그간 만들어온 나가수라는 브랜드이다. 브랜드를 깨려는 것은 결국 망하겠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 회사도 브랜드에 있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타켓층이 잡히면 브랜드를 따로 독립하는 마당에, 나가수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놓고 그걸 깨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반 회사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 경영자는 퇴출감일 거다.

신정수PD가 지향하는 무대는 결국 불후의 명곡이란 말인가. 구워먹든 삶아먹든 PD맘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는 것과 점점 망해가는 길로 간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지만, 일밤은 결국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줘도 못 먹으니 어쩔 수 없는 듯하다. 1박 2일은 어떻게든 강호동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쓸 터인데, 나가수는 1박 2일에 강호동을 빼고 아이돌을 MC로 넣자는 짓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효린 또한 힘든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돌들과 겨루는 것은 부담이 없겠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같이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것이다. 사람들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나가수 출연 내내 이슈가 되며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다.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넘어설 수 없는 세월의 장벽이라는 것이 클 테니 말이다.

가수들의 섭외 또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이돌들은 잘 섭외되겠지만, 어떤 실력 있는 가수가 아이돌들과 같은 레벨에서 놀고 싶어 할까? 일밤이 일요일 밤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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