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덜랜드의 '영건' 지동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시즌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지동원은 13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시즌 첫 경기 후반 20분경 주전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이 발목 부상을 당해 교체됨에 따라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교체투입됐다.

통상 EPL에서는 팀의 루키들을 한두 경기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감독들이 많은데 이날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기안이 부상을 당하자 지체 없이 지동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약관의 최연소 코리언 프리미어리거의 데뷔전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브루스 감독의 지동원에 대한 믿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피치에 선 지동원은 담담하고 조용했지만 그의 플레이는 루키답지 않은 과감성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패스된 공을 지킬 것인지 곧장 패스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 실행에 옮긴 부분이나 상대 측면을 과감하게 돌파해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까지 패스를 시도한 점, 그리고 후방에서 널어오는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상대 수비수와의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은 점은 그가 이미 오래전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온 선수라고 해도 무방한 모습이었다.

특히 상대 역습 상황에서 문전 쇄도하는 리버풀 공격수의 움직임을 봉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낸 장면은 그가 공격수로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더해 보이지 않은 팀 기여도 면에서도 높은 평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선덜랜드는 원정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승점 1점을 챙겼다.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한 원정경기였다는 측면에서 보면 승점 1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성공적인 시즌 개막전이었다. 그와 같은 경기에서 지동원도 한 몫을 한 셈이다.

경기 직후 '골닷컴'은 지동원에 대해 "후반전 아사모아 기안과 교체된 뒤 몇 차례 좋은 볼터치를 보였고 속임수 동작을 보였다"라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한 반면, '스카이스포츠'는 "여전히 적응 중"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비교적 낮은 평점인 5점을 부여했다. 지동원의 팀내 역할에 따른 가중치를 어디에 뒀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 셈이다.

이날 지동원의 플레이 가운데 유일한 흠이 있었다면 공격포인트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가 리버풀이었다는 점에서 득점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날 리버풀의 전체적인 팀플레이가 후반전에 상당히 느슨했고, 허점을 많이 노출했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동료선수들과 좀 더 집중력 높은 공격작업을 전개했다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이동국이 미들스브러의 유니폼을 입고 EPL 데뷔전을 치렀을 당시 경기 막판 시도한 결정적인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바람에 그 경기에서 결국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골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팀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던 사례를 우리는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동원의 포지션이 골을 넣는 역할이 주어진 공격수인 만큼 지동원에게는 빠른 시간 안에 리그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도움과 같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수에게는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심리적 부담을 더는 데 있어 골만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도움보다는 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리버풀을 상대로 펼친 그의 침착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볼 때 브루스 감독이 지동원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면 추석 이전에 지동원의 골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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