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무릎을 펴기조차 힘든 고통이 전해져 옵니다. 그러나 결승점을 통과하는 그 순간을 위해 참가한 선수들은 달리고 또 달립니다. 해안 코스를 따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페달을 밟고, 도로 위를 뛴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 쏟았습니다.

극한 도전에는 남녀노소, 국적, 직업이 따로 없습니다. 특히 60대 선수들의 투혼을 불사르는 힘찬 질주, 투지 넘치는 여성 선수들의 아름다운 역주는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먼 길을 떠나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의 투지 역시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트라이애슬론 축제, 2011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가 지난달 3일, 제주 중문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아이언맨 부문에서만 모두 895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화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중문관광단지 내 테디베어박물관 앞 결승점을 통과하기까지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2km 코스에서 경기가 치러졌습니다. 햇볕은 없지만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895명의 철인들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힘찬 도전을 펼쳤습니다.

이번 대회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40개국에서 선수들이 참가해 트라이애슬론도 참가하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직접 보고 느꼈습니다. 이번 제주 아이언맨 대회는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이언맨 대회가 취소돼 올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열린 대회였습니다. 아이언맨 그리고 70.3 부문까지 총 1천1백여 명이 참가 레이스를 벌여 최종 962명이 완주하는 기록을 냈는데요. 아이언맨 부문 우승자는 8시간 48분 21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헝가리의 발라즈코스키가 차지했고, 국내에서는 함연식 선수가 9시간 35분 59초를 기록하며 가장 먼저 골인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험한 코스를 완주한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은 무한한 보람을 느꼈을 것입니다. 제주 아이언맨 대회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어려운 코스 가운데 하나로 소문난 대회입니다. 그럼에도 완주라는 목표를 이루고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똘똘 뭉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열정적인 도전을 펼친 선수들의 역주는 어두운 밤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해냈다’고 기뻐하며 도전 성공을 자축했습니다. 몇몇 동호인들은 목표를 이뤄낸 동료들과 서로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경기. 그리고 220km가 넘는 코스를 돌아 결승선을 통과한 첫 선수가 등장하기까지는 꼬박 9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가 끝난 후까지, 대회 현장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장면들, 그리고 처음 접한 트라이애슬론의 묘미를 카메라에 담아 소개합니다.

경기 전 준비

7월 3일 아침, 안개 끼고 흐린 제주 화순해수욕장에 1천 여 명의 아이언맨 도전자들이 모였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도전자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미리 나와 복장을 갖추고 물에 들어가 컨디션을 조절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전날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개만 짙게 끼었을 뿐 경기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습니다.

수영 출발!! 마지막 결승선 통과를 위하여!

07:00 정각. 출발 총성이 울리면서 2011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도전자들 모두 검정색 전신 수영복을 입고 물살을 가르는 모습들이 장관을 이뤘는데요. ‘화이팅’을 외치는 도전자들과 무사 완주를 기원하는 주변 관중들의 모습에서는 도전 성공을 위한 비장함이 넘쳐흘렀습니다.

‘진정한 자기와의 싸움’ 시작!

1-2시간 힘차게 역영을 펼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전날 거치대에 뒀던 자전거에 몸을 싣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인 소모는 대단했습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셈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레이스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도 있었고, 주먹을 불끈 쥐며 완주 의지를 다진 선수도 있었습니다. 얼굴을 찡그리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을 위해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 중년의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외국 선수들의 레이스도 대단했습니다. 아이언맨 도전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제주도로 온 선수들은 자전거 페달을 있는 힘껏 밟으며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에서 온 선수들이 많아 코스 주변을 돌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데 모여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아이언맨 대회를 통해 지구촌은 그렇게 하나가 됐습니다.

드넓은 초원 사이로 말 여러 마리와 망아지가 있는 올레길 코스 주변에도 레이스는 이어졌습니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 사이를 뚫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선수들은 더욱 가속을 붙여 열을 올렸습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이 순간부터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힘을 내고 레이스를 이어갔습니다.

사이클 끝, 이제 마지막 관문 ‘마라톤’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또 달리기를 몇 시간. 이제 중문관광단지 내 테디베어박물관 앞에 사이클 코스 종료를 알리는 피니시 라인이 보였습니다. 사이클 결승점 바로 옆에는 전체 코스 결승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아직 42.2km를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은 마지막 힘을 다 쏟아 부으며 전력을 다하려 했습니다.

사이클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미리 대회 주최 측에 내놓은 마라톤용 유니폼, 마라톤화가 든 가방을 찾습니다. 자신의 번호에 걸린 가방을 집어 들면 곧바로 탈의실에 가서 갈아입고 마라톤을 뛰어야 합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정신없이 집어가다 다른 사람 것과 바뀌어 들고 간 것을 알고 다시 보관소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선수는 아예 보관소에 털썩 주저앉아 양말, 운동화를 갈아 신고 곧바로 뛰기도 했습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잠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고, 바나나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납니다. 여기에서 선수들은 땀도 닦고 마른 목을 축이며 마라톤 완주를 위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시간을 갖습니다. 음료수와 바나나를 준비한 자원봉사자들은 ‘화이팅!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선수들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내겠다는 각오로 다시 뛰었습니다.

“해냈다!” 기쁨 만끽하는 선수들 표정도 ‘각양각색’

그렇게 또 달리기를 3시간. 이제 2011 제주 아이언맨 대회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언맨을 만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결승 테이프를 설치해야 하는 자원봉사자의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한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저 멀리서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70.3 코스에서 이미 경기를 끝낸 선수, 그리고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결승점에 몰려들어 아이언맨 우승자를 위한 격려 세레머니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대회 우승자 헝가리의 발라즈코스키가 8시간 48분 21초 만에 아이언맨 코스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험한 코스를 돌고 돌아 마침내 제주 아이언맨 대회 최고의 선수가 탄생한 것입니다.

발라즈코스키에 이어 하나둘씩 선수들이 5-10분 간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1시간 후에는 그 간격이 줄어들어 많은 선수들이 완주 목표를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표정, 몸짓을 보이며 ‘완주 세레머니’를 펼쳤는데요. 몇몇 선수는 카메라를 향해 일부러 결승선에서 펄쩍 뛰어올라 기쁨을 만끽하는 세레머니를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자부 우승자인 호주의 케이트 비발라카는 남자 친구와 깊은 포옹과 함께 진한 키스를 나눠 이를 본 사람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의 행렬은 밤늦게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11 제주 아이언맨 대회도 막을 내렸습니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대회에 출전해 힘든 순간도 맞이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아픔도 맛봤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모두 ‘승리자’들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추억을 가진 선수도 있었고, 반대로 아쉬움을 남긴 선수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도전을 수행해낸 것만으로도 이들은 모두 박수를 받을 만했습니다. 1년 뒤, 2012 제주 아이언맨 대회를 목표로 뛸 선수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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