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소식은 많은 1박2일 애청자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무한도전과 함께 한국 예능을 끌어가는 쌍두마차인 1박2일은 좀 더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예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1박2일을 강호동 혼자 해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서열에 민감한 우리들 정서에 강호동의 부재는 상상하기도 싫은 혼란스러움을 줄 수 있다.

강호동이 아무리 멋진 의도를 갖고 1박2일을 떠나더라도 그 뒷모습에 덤덤히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삶 속에서 1박2일에 준 행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주류 언론이 외면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 추적 60분이 용기를 내어 접근했다. 박수를 보낼 만했다. 그런데 그 추적 60분에도 1박2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당한 30대 가장의 아내를 추적 60분 팀이 만난 자리였다. 아내의 꿈은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떡볶이를 해주는 뒷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멋진 뒷모습으로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1박2일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가장이 정리해고된 상황에서 그리는 행복했던 시절에 1박2일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서글픔을 주는 대목이었다.

휴가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고, 국내 유명 피서지에는 바가지요금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로 가득차지만 그런 간만의 여유에 가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1박2일은 피서를 대신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휴일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피자도 아닌 소박한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강호동이 어쩌니 이승기가 저쩌니 하며 단란한 휴일 저녁을 보낼 수 있던 것이다.

정리해고가 먼저 그 아내의 휴일을 빼앗았고, 이제 강호동이 그 뒤를 이으려 하고 있다. 강호동이 아무리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그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무조건 강호동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박2일이 그 아내에게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휴일에 놀러가는 것은 고사하고 외식도 힘겨운 집들이 적지 않다.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강호동의 도전정신이 근사해 보이기는 해도 그것이 그 가난한 집들의 휴일을 빼앗는 것이라면 결코 박수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 와중에 김제동의 미담이 작게 화제가 되었다. 강남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된 포이동 재건주민들을 김제동이 위로하고 있다는 소식이 독설닷컴 트위터에 실렸다. 이모저모 뒤숭숭한 분위기에 시원한 냉차 한 잔처럼 막힌 속을 뚫어줄 희소식이었다. 김제동은 웃통을 벗고 주민들과 함께 일손을 돕기도 했고, 주거를 빼앗긴 주민들과 나란히 앉아서 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있었다. 김제동은 포이동 돕기에 앞서 폭우로 산사태가 났던 우면산자락에도 찾아가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비록 김제동이 강호동의 인기에 비할 바 못되더라도 슬픔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티비상자 밖으로 나와 직접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진짜 국민MC라고 불러야 마땅한 모습이었다. 식스팩 초콜릿 복근도 없는 윗몸을 그대로 노출한 채 복구에 여념이 없는 김제동의 뒷모습은 그 어떤 연예인보다 근사해 보였고, 그런 김제동의 등판에서는 절대로 배신 따위는 하지 않을 듬직한 신뢰가 땀이 되어 흐르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김제동이 방송에 나와 웃음을 터뜨리는 전성기는 아니다. 슬럼프가 됐건, 어떤 완력에 의해서건 그는 전성기 외곽에서 서성이고 있다. 보통 연예인에게 인기는 목숨보다 무거울 때가 많다. 김제동도 분명 연예인이고 인기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해본 사람이다. 당연히 연예인 김제동에게도 고민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 때에 남을 돌아본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이런 연예인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기만 하다. 이런 김제동이라면 강호동 열이라도 부럽지 않다.

비록 요즘 그가 방송에서 많이 웃겨주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방송 바깥에서 코미디가 아닌 휴머니티로 웃게 한다. 웃기지는 못해도 웃게 해주는 김제동은 그래서 진짜 국민MC다. 그리고 부산으로 찾아간 희망버스처럼 누군가에게 슬픔이 닥쳤을 때에 따뜻한 손 내밀어 줄 희망MC이다. 그에게서 미래를 보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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