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디션 열풍을 불러온 슈퍼스타K 시즌3가 마침내 시작됐다. 혹시나 했던 시즌2의 놀라운 성공은 공중파 방송의 자존심을 꺾게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방송가를 오디션 증후군에 빠지게 했던 원조 오디션의 위세를 슈퍼스타K3은 건재했다. 시즌3 첫 회는 슈퍼스타K가 왜 원조인지, 원조가 왜 비교불가능의 아우라를 갖는지 새삼 증명해냈다.

첫 회를 보고 가장 놀란 것은 어디서 이렇게 끝도 없이 노래 잘하는 지원자들이 계속해서 나오냐 하는 것이다. 슈퍼스타K만 해도 벌써 세 번째고, 위대한 탄생까지 합세해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더 이상 숨어있을 곳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술은 한국민족은 춤과 노래를 단지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잘한다로 바꿔야 마땅할 것이다. 혹시나 해서 미국, 중국 등 해외 오디션을 통해 재원확보를 넓혔지만 첫 회에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국내 참가자들의 실력은 기대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많은 사람들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올까?

아무 설명 없이 뒷골목에서 만나면 백프로 피하고 싶은 고3 씨름선수의 입에서는 가수 뺨칠 실력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언제나 그랬듯이 대국민 오디션의 진풍경인 진상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진풍경이다. 도무지 제정신이라 볼 수 없는 진상을 보여 혹시 엠넷에서 고용한 알바로 의심이 갈 정도였던 최아란은 비록 오디션에서는 떨어졌지만 첫 회 참가자 중 가장 많은 방송분량을 확보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같은 아란이지만 정반대로 청순하고 발랄한 김아란은 일본배우 아오이 유우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표정에 뮤지컬 분위기 물씬 풍기는 노래실력으로 윤종신, 이현우, 이하늘을 매료시켰다. 1등을 한다면 상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는 스무 살짜리 철부지 소녀는 말할 때는 몰랐던 밝고 맑은 에너지를 듣는 이에게 전달해주었다. 비록 최아란에 밀려 검색어 1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상위권에 머물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합격한 후에 부스를 나와 팔딱팔딱 뛰는 모습까지도 귀엽고 상큼했던 김아란이 과연 슈퍼위크까지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슈퍼패스, 논란의 시한폭탄

제작진이 최아란에게 과도한 분량을 할애한 것은 프로그램 본질과는 거리가 먼 장삿속이 분명하다. 논란과 비난은 예능 성공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주었다. 여기에 한몫한 것이 슈퍼패스라는 시즌3에 새로 등장한 제도다. 보통은 세 명의 심사위원 중 2명의 합격을 받아야 통과되는 것이지만 그 중 한 심사위원이 절대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경우 슈퍼패스를 발동해 통과시킬 수 있다.

나중에 이 슈퍼패스 제도가 정말 아깝게 놓칠 수 있는 재원을 발견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첫 번째 사용이 노래보다는 이하늘의 사심만이 보인 것이라 아쉬웠다. 그런데 이하늘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부스에서 합격자에게 티를 나눠주는 미모의 티걸에게도 관심을 보여 심사를 위해 나온 건지, 작업을 위해 나온 건지 의문을 갖게 했다. 악동 이하늘이기에 용서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심사위원으로서의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좀 자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극과 극의 두 아란이 인상적이었던 초반이 지나 드디어 슈퍼스타K의 성공한 상술 중 하나인 “60초 후에”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60초가 지나도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았다. 욕은 먹을 수 있어도 다음 주를 위한 낚싯밥을 쉽게 내어줄 수 없다는 뜻이다. 과거 업타운의 여성멤버 중 하나와 박재범과 쌍둥이 형제가 아닌가 싶은 참가자 두 명의 신분에 대해서 감질나게 해놓고 다음으로 미뤘다. 욕이 목젖까지 치민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흥분도 앞서 등장했던 열 살의 소녀 손예림의 사연과 노래에 받았던 감동을 방해하진 못했다.


또 하나의 예능 정석 휴머니즘- 열 살 손예림 간절한 노래

위대한 탄생의 김정인 어린이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손예림 양은 어린 마음에 차마 담게 해서는 안 될 큰 아픔이 있었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소녀가 눈물을 훔치면서 아빠에게 응원해달라고 할 때는 방송을 보던 누구라도 예림 양의 아빠가 되어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소녀가 부르기에 어울리지 않은 조용필의 노래를 아주 풍부한 감정을 실어서 소화해내어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가사가 아빠를 잃은 아이를 통해 들으니 평소에 다르게 가슴을 저미는 슬픔이 전해졌다. 예림 양의 노래를 들은 이승철은 “무슨 애가 블루스가 있네”하면서 “어린 친구에게 소름끼치는 느낌은 처음 받아본다”면서 독설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방송의 끝을 예림 양의 감동으로 장식한 것은 아무리 예능 욕심에 욕먹을 짓을 해도 결국 슈퍼스타K는 노래와 사람 이야기가 본질이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시즌3 첫 방송은 감동과 선정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참 영악하게 조합시켰다는 점에서 혀를 차게 한다. 어쨌든 슈파스타K 시즌3은 원조다운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고, 앞으로 또 한동안의 금요일밤은 슈퍼스타K로 조용할 날이 없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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