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씨의 투기의혹 제기와 함께 지난 97년 대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주한미대사에 전달한 정황이 KBS뉴스를 통해 드러났다. 투기의혹에 대한 내용은 1970~90년대 서울에서 동아일보기자로 재직하는 동안 85년에 분당지역의 논과 91년 아산지역의 논 그리고 73년에는 포항지역의 밭을 매입했으나 당시에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업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었으며 ‘통작거리’제한이 있어서 외지인은 농지취득 자격증명이 원칙적으로 발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7년 대선의 내용은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에 여론조사 결과를 주한미대사에 전달한 것으로 실정법 위반의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최시중씨는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써 자격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었다. 이명박대통령의 브레인으로 일컬어지며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과의 동맹적 관계를 맺어왔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어떤 당인가.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초하여 미디어·언론의 공공성에 반하는 정책들을 쏟아냈던 당으로 공공연하게 MBC와 KBS2의 민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신문법 전면개정을 통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당이 아닌가. 시장의 논리만을 이야기하고 민중들의 당연히 누려야하는 권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왔던 당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그 속에 최시중씨가 있었다.

그런 이유들로 최시중씨에 대한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끊임없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써의 자격을 의심해왔던 것이다. 명확한 것이 아닌가. 최시중씨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이명박대통령의 대선캠프 참모를 지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그동안 ‘한국갤럽’에 여론조사 통계자료를 전적으로 의뢰를 해왔었고 대선기간동안 실제로 조중동에서는 이명박대통령의 지지율이 40%~50%가 넘는 것으로 통계됐지만 타 신문사에서는 28%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어놓기도 해 여론조사의 허구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동아일보는 어떠했는가. BBK의혹에 대하여 김경준씨를 정신이상자, 가족사기단으로 몰아가며 당시 이명박후보에게 충성을 다해왔던 신문이 아니던가. 그 안에 최시중씨가 어떤 역할을 했을 지에 대한 추측이 진정 불가능한 추측이고 과장이란 말인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최시중씨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써의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증명하는데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투기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기대는 해왔었다. ‘부자내각’ 이명박정부에서 최시중씨 역시 벗어난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시중씨는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그러나 3월 6일자 한겨레신문에서 “분당땅은 후보자가 주말농장을 하려고 함께 계를 했던 지인들과 산 땅이며, 아산 땅은 상가라도 지어 노후에 대비하려고 샀고, 포항땅은 후보자 아버지의 묘소로 쓰려고 산 땅”이라고 측근의 말을 인용했다.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좋고, 노후를 대비하고 부모님의 묘소까지 신경쓰는 자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말처럼 진정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 주말농장을 가꿔보고 싶어 땅을 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님의 묘소를 알아본 부분에 대해서 혹자들은 효자라고 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효자로 칭해질 수는 있어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칭할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97년 대선기간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에 왜 최시중씨는 주한미대사에게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0%가량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가 그 원인임”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시중씨는 KBS뉴스를 통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주한 외교사절들과는 종종 만나서 한국의 전반적인 정치 상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명히 묻겠다. 그렇다면 그 문서는 왜 3급 비밀문서(최근 비밀해제)로 이제야 세상에 드러났는가.

이명박정부는 이미 출범하자마자 ‘고소영정부’, ‘부동산 내각’, ‘부자내각’, ‘의혹정부’ 등 오명이란 오명은 다 뒤집어쓰고 있다. 벌써 3명의 국무위원이 탈락했고 남은 위원들 역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앙심이 부족해서 복지정책이 실패했다는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신문기고가 논란이 된지 이틀 만에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았다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증언에 따라 이명박정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제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10일이면 최시중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그 속에서 최시중씨는 변명을 하겠지만 그 변명을 믿어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남은 것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야합으로 점철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직속기구로 합의됐다. 그리고 위원5인 중 2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중 1인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나머지 위원 3인은 국회에서 추천하되,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 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들이 2인을 추천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최시중씨는 이제 자격논란을 넘어 그 도덕성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명박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말고 방송장악의 음모를 중단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시중씨 역시 그나마 언론에 종사했던 한 가닥의 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한다.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퇴의 해결은 최시중씨의 자진사퇴만이 답이 될 것이다.

2008년 3월 6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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