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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후견주의' 심화된 방통위, '이용자 중심' 세워야"4기 방통위, 정부·학계·시민사회 '낙제점'…권한 등 근본적 개혁 요구 직면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8.11 23:1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방통위 설치법 제1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5기 공식 출범을 앞둔 방통위가 과연 설치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정치적 후견주의 심화, 정부조직 권한 분산에 따른 위상 약화, 정책비전 부재, 기술적 대응 일관 등 박한 평가가 쏟아진다.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구성될 5기 방통위에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1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 4기 평가와 5기 과제' 토론회(사진=미디어스)

■ 4기 방통위, 정부·학계·시민사회 낙제점 

1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 4기 평가와 5기 과제' 토론회에서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4기 방통위에 대한 정부, 학계, 시민사회 평가를 종합해 소개했다.

2019년 '정부업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4기 방통위에 대한 기관 종합평가는 'C등급'이다. 23개 장관급 기관 중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와 함께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한다. 

정부기관 평가는 정책추진 노력 10%, 성과지표달성도 60%, 정책효과 30%를 기준으로 등급이 책정된다. 일자리 및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 규제혁신, 정부혁신, 정책소통, 지시이해 등 5개 영역에 대해 정성·정량평가가 이뤄지는데, 방통위의 각 항목별 평가결과를 보면 일자리·국정과제 C, 규제혁신 C, 정부혁신 B, 정책소통 C, 지시이행 '보통' 등급을 받았다. 채 교수는 "'국민 삶 속에 내제된 특권 및 불공정 개선'이나 '국민건강·안전보호를 위한 현안 대응'과 같은 정책은 방통위가 방송통신 공공성 등 기존의 매체 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권리와 가치 인식, 정책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부분"이라며 "낮은 기관 평가는 방통위의 미래 비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경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평가는 획일화된 평가기준과 정부 차원의 정책적 고려로 인해 방통위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이에 채 교수는 올해 실시된 100대 국정과제별 정부 업무 평가 결과를 덧붙였다. 100대 과제 중 방통위가 수행기관인 과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독립성 신장'(4번),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70번)이다. 

방통위 국정과제 평가보고서에서 방통위의 성과로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국민의견 수렴·반영 추진, 언론자유지수 상승, 방송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제고, 철저한 재허가·재승인조건 이행점검, 미디어교육 확대, 미디어 취약계층 방송 수신 향유권 확대, 불법촬영물 신속삭제·차단, 지상파 UHD 활성화 추진 등을 들고 있다. 이는 4기 방통위가 내세운 정책 성과와 유사하다. 

반면 방통위 개선·보완사항으로는 각종 입법노력 미비가 적시됐다. ▲편성위원회 구성·운영 개선, 이사 임명 및 사장 임면제도 개선 등 공영방송 관계법(과방위 소위 계류) ▲온라인 게시물 임시조치제도 개선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신설 등 정보통신망법(과방위 소위 계류) ▲수신료위원회 설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 조속 입법 필요(법안 미제출) 등이다.

채 교수는 "성과의 경우 기존에 진행해 오던 수행적 대응 성격을 갖는다. 명백한 제도적 수요가 요구되는 정책사업에 초점을 두고 성과가 집중되어 있다"면서 "개선·보완 필요사항에서 요구한 입법과 법개선 등 본질적인 개혁 과제는 보류, 계류, 미제출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평가는 지난해 방통위 자체 과제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기존의 틀 안에서의 기술적 차원의 접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구체적인 개선방안 제시가 미흡", "현장 밀착적인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음" 등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학계와 시민사회 평가는 어떨까. 채 교수는 4기 방통위가 출범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방통위 정책 수행과 관련한 학술논문을 추출해 학계 평가를 종합했다. 그 결과 ▲정치병행성 ▲전문성·권위 등 위상 ▲사회적 가치를 녹인 새로운 정책과제 개발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학자들은 방통위가 제도적으로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지만 작동 규범과 문화에서는 정치적 이해와 논리가 지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통위가 청와대의 정책 결정과 여야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판단이다. 채 교수는 "여당과 야당 혹은 산업 자본의 후견주의 규제기구라는 학계의 냉엄한 평가는 방통위의 정치적 위상을 좀 더 비판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러나 4기 방통위는 정치적 병행성을 극복하고 정치와 자본 권력의 후견주의 규제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적절한 제도적 장치와 조건을 만드는데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전문성·권위 문제는 방통위의 미디어 정책 권한과 결부되어 있다. 미디어 정책 권한은 현재 행정부 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분산·중첩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간 권한 혼재와 업무 중복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 부재로 정부조직개편은 소폭에 그쳤고, 방송통신기구 재편은 제외됐다. 채 교수는 "방통위는 4차 산업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을 표방했음에도 이를 위한 규제기구로서의 전문성과 권위 회복을 위한 조치를 소극적으로 진행해 스스로 정책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공공성', '공익' 등 모호한 가치담론에 갇힌 채 방송정책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학계 비판도 제기된다. 인권보호,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윤리적 생산 및 유통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민주적 시민참여 실현 등의 가치를 구현할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 교수는 "특히 방송정책 사회적 가치 지향성이 노동·환경분야와 관련해 매우 부족하다"고 학계 평가를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논평, 칼럼, 기자회견 등을 종합해 이뤄진 시민평가는 학계의 평가와 유사하게 4기 방통위를 평가하고 있었다.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미디어개혁 논의기구 설치를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채 교수는 "비록 기관, 학계, 시민사회에서 4기 방통위에 대한 평가 대상과 내용이 상이하다 하더라도 그 원인과 대안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법제도의 신설과 개선은 고도의 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규제기관이 주도적으로 시민과 시장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함으로써 가능한데 현재 방통위의 정치적 위상과 조직역량, 권한은 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 "이용자 항의 작동하는 공적 영역 담보해야"

김동원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5기 방통위의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여당과 야당, 또는 방송통신 자본의 후견주의 규제기구라는 학계의 냉정한 평가를 인식하고 정치적 위상을 보다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경쟁력 제고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정책 추진이 최근 방송통신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있어 유의미한 정책방향이라고 당부했다.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5기 방통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상임위원 모두가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며, 이용자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김 전문위원은 '이탈과 항의'의 관점에서 공영방송·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방통위 소관 재허가·재승인 방송사업자가 IPTV 등 유료방송보다 상대적으로 이용자 관점에 부합하는 미디어라고 봤다. 이용자 입장에서 항의도, 결합상품에 묶여 이탈도 어려운 유료방송과는 달리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이들 방송사업자들의 영향력은 사회적으로 상존할 뿐더러, 이탈과 항의가 중요한 '경고음'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이탈을 억제하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을 통해 방송 공적영역의 신뢰 회복과 공적책무 부여를 이뤄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 전문위원은 "코로나19와 풍수같은 재난상황, 대통령 탄핵 등 예외상태, 선거 등 국면에서 공공재로부터 결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내가 관심을 돌리지 않아도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에 대한 우려들이 함께 서려 있는 것이 공공재다. 방통위가 공공재 방송에 대한 이탈과 항의를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이통3사를 중심의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규제완화와 1인미디어 육성에 초점을 맞춘 범정부 미디어 정책방향,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과 상충한다. 김 전문위원은 유료방송 플랫폼 규제완화와 진흥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의 정책이 중심에 선 상태로는 공정영역에서의 이용자 이탈이 유료방송에 흡수되는 형태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공적영역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문위원은 "진흥이 필요한 오래된 콘텐츠 사업자와 쇠퇴하고 있는 지상파 플랫폼에는 방통위가 규제업무를, 적정한 규제와 균등한 성장이 필요한 유료방송통신 플랫폼에는 과기정통부가 규제완화와 진흥을 맡고 있는 비대칭의 업무 분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방통위의 이용자 권리 보호, 유료방송 플랫폼 변경허가, 유료방송 플랫폼 간 공정거래 분쟁 조정 등이 과기정통부 규제완화 이후 수습하는 형태로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전문위원은 5기 방통위가 공적영역 신뢰회복을 위해 공적재원을 담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으로는 수신료 인상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확충을 꼽았다. 김 전문위원은 "특히 수신료는 특별 부담금 형태로 부고되는 공영방송서비스에 대한 진입비용으로 볼 수 있다"며 "수신료 인상은 진입비용의 인상을 뜻하고, 이로부터 시청자·시민이 공적영역의 방송에 자신이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문위원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각 방송사가 '미디어 시장 확대에 따른 공영방송의 필요성', '심각한 적자 상황' 등 호소보다 구체적인 공적책무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 책무의 예로는 ▲글로벌 위계에서 한국의 지위와 특수성에 맞는 방송 ▲지역이슈·정책과 중앙이슈·정책과의 연관성 제시 ▲지방분권을 위한 중앙·지역 방송의 역할 ▲방송콘텐츠 생산요소 발굴·지원 ▲주파수 자원의 공적 활용 방안 ▲지역 특성에 맞춘 교육 콘텐츠의 제공 ▲검증된 경제정보 제공 ▲비시장 예술 영역에 대한 대중적 콘텐츠 기획 등을 제시했다. 

방발기금의 경우에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로 이원화 된 기금을 통합운용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 기금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OTT, 포털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부터도 방발기금을 징수해 매체 간 교차 보조를 할 수 있는 미디어다양성기금으로 확대 개편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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